"두고 온 것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여백 있는 시와 그림으로 묻다
상태바
"두고 온 것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여백 있는 시와 그림으로 묻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1.07 10:27
  • 호수 7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호마을 `자연인` 김형득 시화집 출간
남해서 꽃핀 예술혼, 격조 높은 작품으로
 
원예치료사·갤러리 `비단풀` 운영 작가
본지에 `마음의 뜰 가꾸기` 연재 기대돼
`비단풀` 갤러리에서 만난 김형득 시인. 그는 이번에 신작 시화집 『두고 온 것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를 냈다.
`비단풀` 갤러리에서 만난 김형득 시인. 그는 이번에 신작 시화집 『두고 온 것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를 냈다.

 서면 서호마을의 `자연인` 김형득(61) 씨가 시화집 『두고 온 것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2021.12. 남해오늘 펴냄)를 냈다. 지난해 12월에 출간된 이 시집은 그가 2020년 봄부터 1년간 남해신문에 연재한 시작품과 남해 바래길작은미술관에서 열린 시화전 `살만한교`에서 발표한 시화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77편의 시와 약 50편의 투명수채화 작품이 수록돼 있다.  


 김형득 시인의 이력은 다소 이채롭다. 그는 2009년부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해출장소에서의 근무를 끝으로 2014년에 30여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퇴직 공무원이다. 그런가 하면 HTR 미국원예치료사로, 애즈네이처원예치료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전국을 다니며 원예치료 강연을 한다. 또 남해에서의 근무와 원예치료 공부를 인연으로 아예 남해에 터 잡은 그는 장군터 근처인 서면 서호마을 산 속에 손수 돌과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서 노 케미컬(No Chemical)을 선언하고 홀로 사는 고독한 `자연주의자`다. 이렇게 자연에 스며든 삶을 영위하는 `자연인`이자 `자유인`이면서도 작은 컨테이너 갤러리 `비단풀`을 운영하며 글과 그림을 통해 세상과 꾸준히 소통을 꾀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다채로운 이력을 말해주듯 이번 시집에는 뜰(정원)과 꽃과 풀 이야기, 남해 섬과 바다 이야기, 남해 사람들 이야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여백 있는 시와 투명수채화의 옷을 입고 담담하게 펼쳐진다. 


 긴 인생 여정에서 잠시잠깐이었을 뿐인 남해에서의 5년 남짓한 삶이 그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깨워서였을까. 30년 공직생활을 마치자마자 "더 이상 결재 받는 삶은 살지 않겠다" 결심하고, 남해섬 바다가 보이는 산 속에 집을 짓고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고 시를 소리내어 읽고 쓰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 


 초중고교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고 통지표에 적혀 있기도 하고 미술선생님에게 칭찬도 듣곤 했지만 그전엔 그림 그리는 삶은 아예 엄두도 못 냈다. 남해에 오면서 2010년 다빈미술학원의 이진만 선생과 인연을 맺으며 생애 처음으로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1년 뒤에는 다빈 선생님과 2인전도 열었다. 그때가 제일 열심히 그림을 그린 기간이었다. 이렇게 그리면 어떨까, 어떤 색이 나올까 등등 자다가도 생각나면 일어나서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었다. 


 퇴직하고 2015년부터는 집짓기를 시작했다. 집 짓는 동안 돌 쌓고 흙과 나무 만지는 게 너무 좋았다. 종이 만지는 것과는 상대도 안 되게 돌, 나무, 흙을 만질 때 받는 충일감은 대단했다. 그래서 그때는 그림에 거의 손을 안 댔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가 시를 쓰게 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계기는 남해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시 쓰기 교실에 참여하면서다. "박지웅, 송인필, 서정홍 시인에게 지도를 받고 신문에 연재를 하다 보니 아 이렇게 쓰면 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집을 짓고 나서는 메콩강을 따라 여행을 다니다가 그곳 이야기를 글과 그림에 담아 몇 번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몇 사람이 재미있다고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멈춘 그 길에서`라는 신문 연재 코너를 만들어 여행기 연재를 하기도 했다고. 그러다 보니 그게 정형화되면서 글과 그림을 함께 하게 됐고 이번 시화집이 그 결실이 됐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듯 할머니들이 살아온 세월을 써내려간 시들은 해학적이면서도 `찐`한 감동이 있고 메콩강 수상가옥인들의 삶의 현장을 무심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읊조리듯 들려준 `메콩강언어해설사전` 연작시는 또다른 울림을 준다. 


 특히 표제시인 `두고 온 것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는 보물섬남면마트 (구)남면서점을 소재로 한 시로 과거의 한 시절과 현재가 맞닿아 있는 듯한 절묘함과 그 시절의 향수를 살려낸다. "글감이 생각 안 나서 돌아다니다가 밥을 먹고 나오던 길에 `보물섬남면마트 (구)남면서점` 간판 글씨를 우연히 읽었어요. 순간 커다란 새 간판에 `(구)남면서점`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굳이 적고 싶었던 그 강렬함이 확 느껴지더군요." 


 가을 해거름 거리/노을빛 비칠 때/얼핏 보였다가/하나씩 사라지는/원래는 어린이들/지금은, `어른들 (구)어린이들`…. 일독을 권한다.


 임인년 새해에 김형득 시인은 주 전공인 원예치료를 바탕으로 식물 가꾸는 사람들과 정원 이야기, 텃밭 이야기 등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볼 생각이다. "원예치료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로병사, 태어나는 모든 것들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식물 가꾸기를 통해 생명의 돌봄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며 돌봄받지 못한 나도 치유받고 회복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집에서 화분 하나라도 소중히 가꾸는 사람들만 만나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본지에서 펼쳐지게 될 김형득 시인의 `마음의 뜰 가꾸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