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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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부푼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1.07 10:46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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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호랑이해인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언젠가부터 새해계획을 세우지 않고 지내왔다. 언제든지 시작해도 되고, 단번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도, 새날, `새로 시작하는 한해`를 이유로 들어 거창하게 계획을 세웠었다. 어렸을 때 가장 많은 계획으로 존재했던 것은 부모님 말씀 잘 듣기, 공부 열심히 하기, 책 많이 읽기, 동생들과 싸우지 않기, 집안일 도와드리기였다. 마음만 먹으면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계획들인데도 늘 `작심삼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엄마 때문에, 동생 때문에, 친구 때문에 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내가 세운 계획을 스스로 지키기 못한 부끄러움을 대신했다. 
 
 어른들은 금연이나 다이어트를 소망하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다이어트는 수년째 새해의 계획이었고, 365일 계획으로 존재한다. 그런 다짐들이 마음먹은 것과 달리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는 허다했다. 실패의 이유도 스스로 찾아 위안을 했다. 금연에 성공한 남자와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는 상종을 마라. 왜? 독한사람이라서. 계획은 실패했을지 언정 독한 사람은 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으로 체중계는 늘 상승세다. 
 
 2021년 12월 한달동안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용돈모으기 배틀을 했다. 각자 1주일에 5천원씩, 우연히 받는 용돈, 신발정리하기, 숙제하기, 일찍 잠자기와 특히, 엄마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사람에게는 +@를 부여하기로 했다. 12월31일에 서로 용돈을 공개해서 이긴 사람에게는 모든 용돈의 두배를 주고, 진사람에게는 모은 용돈에서 30%를 제하기로 했다. 은찬 4만2천원, 민찬 3만3천원을 모았다. 물질 만능사회에서 근검절약과 경제수업으로 치면 이자가 생기는 법을 몸소 가르치자는 작은 계획이었다. 큰 논란없이 배틀은 기분좋게 정리되었다.
 
 새해가 밝자 우리식구는 남면의 어느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 바다에서 떠오는 일출을 구경하고, 바람이 자는 마을길을 산책했다.
 엄마의 띠는? 뱀. 딩동댕. 뱀을 남해말로? 대맹이.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바다. 바다를 남해말로? 갱번.
 저기 보이는 커다란 돌덩이는? 바위. 바위는 남해말로? 비렁.
 길을 걷는 동안 그런 유의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남해말 단어퀴즈를 하며 한바탕 웃었다. 용돈배틀 경험으로 돈독이 제대로 오른 민찬이는 퀴즈 하나를 맞힐 때마다 제 멋대로 한문제당 500원을 책정했다. 언감생심,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아~나 콩떡이다.
 
 올해는 흑호의 해로 호랑이 기운처럼 기운을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많이 했다. 2010년, 첫딸 은찬을 품에 앉았다. 하얀호랑이띠다. 나이 든 남편은 5년 만에 가진 같은띠의 딸을 안고 아주 좋아했다. 고생해서 낳은 것은 나였는데, 음식을 먹을 때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닦아내는 모습과 광판 같은 얼굴도 닮아 있었다. 띠동갑인 아빠와 딸은 왼손잡이인 것도 똑 닮아 세상에 혼자만 딸이 있는 사람처럼 했다. 용맹스러운 호랑이띠라지만 아이는 무척 순했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 드는 기분이다.
 엊그제 출근을 하면서 사춘기 같은 아이에게
 "춘기야, 학교 가자" 라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 나 사춘기 아니라고 했지. 자꾸 그렇게 놀리면 화 낼 거야."
 "아이구야, 엄마는 사춘기라고 춘기야 했는데, 그 말도 하면 안 되겠다."
 "왜?"
 "생각도 없이 사용했는데, 엄마회사 상사님 이름이 그랬거등."
 "엄마, 어른 이름 마음대로 사용해도 돼? 춘짜 기짜야 학교 가자 해야지."
 "아이고야, 은찬이도 농담할 줄 아네."
 올해가 기대된다.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아이가 사춘기의 바다도 잘 건너고, 묵묵한 시간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남해일기를 2020년 7월에 시작하여 1년 6개월동안 재미있게 썼습니다. 옛 추억, 남해 방언들을 사용하여 젊은시절의 사진을 가장한 70대라는 말도 들었고, 저를 알은 체 하시며 "옛날일은 어떻게 그리 기억을 잘하냐"며 재밌어도 하셨습니다. 말하는 대로 쓰는 것이 저의 글쓰기였습니다. 재주도 없는 사람에게 과분한 칭찬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를 드립니다. 


 빛나는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바라는 일 모두 이루시는 나날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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