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구우며
상태바
밤을 구우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1.07 10:49
  • 호수 7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나의 고향, 나의 삶 120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군밤이 몰고 오는 옛 추억 그날들이
토실한 알밤 되어 화롯가에 앉았으니 
친구와 오가는 얘기 끝 간 데를 몰라라. 

 
 오늘도 친구가 찾아왔다. 방에 들어가서 밤을 구워먹으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눈다. 마당가에 오래된 밤나무가 있어 가을 날 지붕에 떨어진 알밤이 데크나 마당에 굴러다니고 발에 밟히니 그냥 주워 모아 냉장고 냉동실에 넣었다가 구워먹는 것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모닥불에 밤 구워먹던 일이 떠오른다. 간식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에 구운밤의 맛은 정말 고소했다.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점심시간에 할머니께서 삶아 오신 밤을 구경 온 가족들과 맛있게 먹던 일도 생각난다. 

 

 오래전 주말이면 서울에서 오는 어린 손자, 손녀 녀석들을 데리고 포천 온천에 다닐 때 어하 터널 넘어 큰 사거리에 와서 신호를 기다리면 의례히 차창 밖으로 군밤 장수가 다가와서 맛보기 군밤 한 알을 건넨다. 몇 봉지 사서 녀석들에게 주면 그렇게도 맛있게 잘 먹는다. 하루는 손자 녀석이 말했다. 목욕은 별론데 군밤이 먹고 싶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온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던 일도 있었다. 이제는 이 녀석들이 자기 부모를 따라 외국에 나가서 그 곳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지금도 어하 터널 사거리의 군밤이야기를 가끔씩 꺼낸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와 삼촌을 뵈러오려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미뤄졌지만 위드 코로나 단계에 들면 내년 연말 방학에는 모든 식구가 다 올 계획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잘 먹던 군밤을 내년에 한국에 오면 실컷 먹고 가게 해야겠다. 오랜 만에 찾아온 친구와 난로 가에 앉아서 밤도 굽고 칼국수도 해먹으면서 군밤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해보는 산촌의 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