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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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양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1.14 10:03
  • 호수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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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목욕탕이나 신발을 벗어야 하는 식당에서 간혹 구멍 난 양말을 쉽게 볼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구멍 난 양발이 크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풍요해지며 삶이 서구식으로 바뀐 지금 오히려 집 밖에서 신발 벗을 일이 줄어들었지만, 간혹 목욕탕이나 식사 자리에서 서로의 양말을 볼 때 다시 한번 보는 것이 발가락양말이다. 손가락에 비해 짧고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발가락에 양말을 끼워 신을 때 일일이 구멍마다 발가락을 찾아 넣는 모습이 조금 안타까워 보이기도 하거니와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 아직도 발가락양말을 볼 때면 시선 처리가 어색하다.


 발가락양말을 선호하는 이들 대부분은 무좀이나 습진 때문에 고통받고 있거나 치료는 끝났어도 양말로 인해 벌어진 발가락의 쾌적함에 빠져 즐겨 신게 된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발가락은 신을 신지 않으면 서로 붙지 않고 습기가 차지 않아 무좀 등의 질병에 걸리지 않지만, 양말과 신을 신어 발가락이 붙게 되면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고통을 일으키는 세균의 온상이 되고 마는데 우리의 사회 구조가 꼭 이처럼 느껴진다.


 한 몸통을 가졌어도 신속하고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만들어진 부서들이 벌어진 간격을 유지하며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할 때는 습해서 부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발 속 발가락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붙어버린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생각한다.


 신발 속 발가락은 서로 붙은 모습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신발 속에 발이 붙어버림은 누구라도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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