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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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의 가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2.04 10:29
  • 호수 7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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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도 | 수필가
김 종 도수필가
김 종 도
수필가

 어느날 이런 저런 세금 때문에 현금으로 계산하다가 끝돈이 10원이라 90원을 10원짜리로 9개 받았다. 아무런 이의도, 이상도 없이 당연한 계산이었기에 받으면서 "좀 귀찮다"라는 느낌은 왔지만 뭐 크게 달리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은행 거래나 물품 구입시 현금 이용을 하면 1원짜리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보통 은행창구에 보면 `불우이웃돕기`나 또 다른 목적의 `성금함`이 있어, 그 곳에 넣어 주도록 권하는 것 같아 몇 번 넣기도 하였다. 우리들은 현재 현금보다 카드를 통해서 입·출금을 거래하다 보니까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지만, 남을 돕는다는 것은 매우 좋은 행위라는 것을 누차 강조해 온 사람으로서 생활해 왔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우리나라 화폐 단위가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 1,000원, 10,000원 등으로 사용될 때는 만 원을 매우 큰돈으로 여겼지만, 50,000원짜리가 생기면서 주고받는 감정이 많이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사용단위가 좀 커졌다. 그리고 용돈을 줄 때도 생각을 좀 달리 해야 할 순간의 고뇌를 느낄 때가 있어 고민을 많이 한다. 


 나는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언젠가 `버스인생`이라는 수필을 쓰면서 버스 이용의 장·단점을 기술한 바가 있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우리 집에서 읍내까지의 버스요금이 1,450원인데 이용 시마다 참 귀찮음을 느끼면서 불편함도 함께 갖는다. 1,500원이면 50원의 거스름돈이 필요 없고, 2,000원이면 동전의 주고받음이 없어 호주머니가 좀 정리될 텐데, 종이돈과 동전이 함께 동거(?)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큰돈을 주고 잔돈을 받을 때, 말 없는 또 다른 생각과 행위가 와 닿는다는 느낌을 가진다. 1,450원일 때 1,500원이나 2,000원을 주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으면 될 것인데, 괜히 잔돈 때문에 얼굴을 붉힌 바보(?)였기에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며칠 전 이야기다. 10원짜리 동전을 떨어뜨려 주우려고 하니 잘 아는 아주머니가 옆에 앉아 있다가 하는 말 왈 "더러운 돈 10원짜리 뭘라고 줍느냐"고 핀잔을 받았다. 덧붙여 은행하고 또 다른 직업의 어떤 사람만이 하는 행위라고 빗대어 말하기에, 한바탕 열 올려 욕하고 되돌아 나왔다. 10원의 가치에 대한 설명도 했다. 그러나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자꾸 나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한국은행이여! 10원짜리를 만들지 말라. 그리고 교통비를 책정하는 당국에서는 요금 책정 시에 10원짜리를 없도록 하라. 아울러 우리나라 상거래 제도를 바꿔라. 10원 때문에 망신을 당한 어떤 사람의 심정도 헤아리면서 잔돈 때문에 무시 당하는 우견(愚見)을 범하지 않는 공정사회를 만들면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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