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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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까마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2.04 11:49
  • 호수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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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남해일기

 막냇동생의 군입대날, 외삼촌과 나는 입영식을 함께 했다. 연병장에서 재빠르게 줄을 서고 거수경례 연습을 하고, 가족들과 이별인사를 하는데 마냥 어린아이 같던 동생을 군대로 떠밀어 넣는 것 같아 눈물이 터졌다.


 "뭘 우노. 죽으러 가는 것도 아인데."
 "울기는. 눈에 머 들어갔는갑다."
 "누부, 조심히 내리가라. 내 간다."
 막내아들이 군대에 가는 그날도 엄마는 청소일을 하느라 시간을 빼지 못했고, 배웅을 하고 돌아온 나에게 그날의 소식을 들었다.
 "엄마, 정완이 씩씩하게 들어갔고, 친구들이 많이 찾아왔더라고."
 "그리 누나랏꼬 한마디 허고 가더나?"
 "하모, 집에서나 말이 없지, 친구들하고는 잘 재잘대던데."
 "다행이다, 오늘은 밀대를 미는데, 폴대 힘이 하나도 없더라."
 "우리엄마 씩씩한 줄 알았더만, 오늘 좀 감성적인데..."
 "그기 막딩이 아이가, 옛날부터 엄마가 죽어도 막딩이 울음소리는 저승 문앞까지도 들린다 캤다."
 
 훈련소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고 간 옷가지들이 휘갈겨 쓴 편지와 함께 집으로 왔고, 해군을 지원했던 남동생은 남해와 그리 멀지 않은 따뜻한 진해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물이 얼음짝 같던 겨울, 엄마는 겨울이면 유독 추위를 타던 막내아들을 많이도 걱정했다. 그런 엄마의 우려는 남동생이 첫휴가를 나와 군대이야기를 하면서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남동생은 보일러병으로 임무를 받아서 하는 일이 어렵지 않고, 춥기는커녕 다뜻한 보일러실에서 편하게 근무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부대에 아는 사람, 즉 `빽`이라도 있었냐고 물었다.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살기 바빴던 엄마에게는 `빽`이 있을 리 만무했고, 어떤 루트를 통해 로비를 한다는 것도 몰랐다. 남동생이 두 번째 휴가를 나왔을 때 그 비밀이 밝혀졌다. 부대의 연대장이 `남해사람`이라는 것, 엄마는 단번에 "객지에 나가몬 고향까마구도 반갑다 쿠더마는. 남해가 고향인 것이 아주 수완을 본다"라며 기뻐하셨다. 
 
 고향까마구 참 무섭다. 고향사람. 즉, `남해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도 도와줄 이유, 끌어줄 이유, 챙겨줄 이유를 수 만가지를 생각해내는 것이 남해사람이 아닌가 싶다. 객지에서 지나가는 남해버스만 봐도 반가워서 심장이 콩닥거리던 때도 있었다. 남해사람들이 `괴기`라고 부르는 생선은, 같은 바다인데도 남해갱번에서 잡힌 서대나 낭태가 더 맛있다고들 하신다. 해풍에 얼고, 봄볕같은 겨울햇살에 녹기를 반복해 남해의 자연에 담금질한 시금치와 마늘은 단맛이 난다고들 하신다. 눈을 감아도 아른거리는 남해의 바다와 추억이 담긴 음식들을 함께 나눌 설날이 낼모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은 설명절 전날에 시댁으로 건너가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한 형님들과 음식준비를 했다.
 객지사람인 둘째형님이
 "동서, 전틀 들어봤나?"
 "후라이팬예?"
 "동서는 아네? 나는 전틀 갖고 오라는데 그걸 몰라서 헤맸다."
 "형님, 저 남해사람 아입니까. 갈비가 그 갈비가 아닌 것도 알고."
 "남해사람들만 쓰는 사투리가 있더라고, 경상도 말씨 정말 어렵다."
 "형님, 부산이나 남해나 그게서 거 아입니까. 남해에 결혼한 게 영광일거 같은데예."
 
 1978년도, 담배 한 갑을 사도 고향에서 사자는 구호로 남해대교와 성산삼거리에 현수막을 달아두고 애향심을 홍보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고향사랑이 바로 이거다`라시며, 고향을 찾을 땐 시장도 보고,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고 돌아가신다는 서울향우회장님 말씀을 듣고, 찐 남해사랑을 느꼈다. 2022년 `남해로 오시다`. 어르신들께서 차를 타고 관광을 가실 때도 `아이고, 참말로 오~시다`, 미끄럼틀을 시원하게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에게도 ` 참말로 오~시제?`라셨다. 자식들 입에 하얀 이밥이 들어가고, 두 볼을 풍선처럼 부풀리고 먹으면 `참말로 오~시게 먹는다`라고도 하셨다. 남해로 오시다, 남해에 오면 오~십니다.
 
 50만 내외 군민 여러분, 즐거운 설명절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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