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오(何首烏)를 노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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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오(何首烏)를 노래함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2.11 10:22
  • 호수 7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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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24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하수오 세 뿌리를 다듬기 일주 만에    
두 뿌리 선남선녀 한 뿌리 거인이라 
유리알 투명에 잠겨 고즈넉히 잠들라.  

 
 이 하수오의 전설은 하도 많아 다 불러내기도 힘들 정도이지만 우선 약효 면에서 탁월한 것은 그냥 두고라도 그 몸매가 하도 신기해 사람들은 이 하수오의 검고 거친 껍질을 벗기고 새하얀 살결을 노출시켜 아름다운 몸매와 더불어 감상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 껍질 벗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굴곡이 너무 심하고 개미허리처럼 잘룩한 곳이 너무 많아 까딱 잘못하면 뚝 끊어지고 만다. 벗기다가 잠간 정신 줄을 놓다가는 순간 칼이나 송곳에 베이기도 하고 찔리기도 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걸 그냥 먹어버리기보다는 오래 보관하며 하수오가 건네주는 교훈을 새기고 주신 분에 대한 감사의 뜻을 오래 이어가기로 했다. 세 뿌리의 검은 껍질을 벗겨내고 다듬고 또 다듬어 일주일 만에 그 작업을 끝냈다.


 벌레에 물리고 자갈에 부대낀 상처! 까만 점들은 그냥 두기로 했다. 세월의 계급장을 떼지 않는 것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사람도 검버섯 피는 것을 경륜이라고 치며 경우에 따라서는 좋게 해석하는 것처럼 하수오도 오래 묵으면 약효가 극에 달하면서 저런 검버섯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수오는 낮 동안 암수가 따로 살다가 밤이 되면 엉켜서 지낸다는 전설이 존재한다.


 두 뿌리는 사람을 닮았다. 병에 넣어 병뚜껑을 닫으니 얼굴을 맞대고 있는 부분은 자연스레 감춰지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 하수오 암수가 따로 살다가 밤이 되면 엉켜서 지낸다는 전설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세 뿌리 모두 사람을 닮았기에 전날 작업한 한 뿌리는 다른 두 뿌리보다 훨씬 커서 거인이라 이름 붙여 봤고 오늘 두 뿌리는 아담한 남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한 방에서 영원히 같이 사라고 같은 병에 넣어 준 것이다.


 저 유리병을 빙빙 돌려보면 정말 기가 막힌 장면들이 연출된다. 특히 거인의 기세와 남녀의 또 다른 내밀한 모습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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