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시 무명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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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무명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2.03.01 14:45
  • 호수 7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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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기 작가, 학부시절부터 쌓아온 `비재현미술` 세계 소개
"작품을 통해 대중들의 상상력 확장, 꿈과 희망을 펼치길"
백종기 작가의 명성을 높여준 작품들 중 하나인 〈화가를 꿈꾸는 로봇(왼쪽)〉과 〈장군의 삶을 꿈꾼 로봇(오른쪽)〉이다. 특히 〈화가를 꿈꾸는 로봇〉은 백 작가 자신을 투영해 만든 작품이다.
백종기 작가의 명성을 높여준 작품들 중 하나인 〈화가를 꿈꾸는 로봇(왼쪽)〉과 〈장군의 삶을 꿈꾼 로봇(오른쪽)〉이다. 특히 〈화가를 꿈꾸는 로봇〉은 백 작가 자신을 투영해 만든 작품이다.
지난 4일 백종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4일 백종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1970~1980년대 아이들에게 로봇 태권브이는 친구이자 영웅, 우상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추억으로만 남아있던 태권브이를 비롯해 깡통로봇, 아톰 등 로봇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꿈과 희망을 표현했던 팝아티스트 백종기 작가. 로봇 태권브이의 대명사로 떠오를 만큼 명성을 날린 그이지만, 백 작가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4일 백종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그의 도전과 미술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관록의 미술가가 전하는 회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작가도 발전하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작품은 대중들과 보다 친근해야 하지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충실해야 하는 예술철학이 있어야 한다"며 "과거의 영광이 있지만, 명성이 있을 때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제가 도전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백종기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게 한 로봇 태권브이를 잠시 뒤로하고 미술장르 중에서도 어렵다는 `비재현미술(추상미술)`에 도전한다.
 사실, 그가 비재현미술에 도전한다는 말은 완전히 맞는 표현은 아니다. 백 작가는 학부 시절에도 비재현미술을 공부했고, 졸업 작품도 비재현미술 작품으로 제출했으며, 졸업 후에도 놓은 적이 없다. 단, 팝아트를 하면서 그 비율이 줄었을 뿐이다.
 그렇가면, 그가 팝아트, 즉 로봇 작품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올해 56세에 접어든 백 작가는 "돌이켜보면 40세 이전의 무명작가인 백종기는 서양화, 비재현미술 등 제가 추구하는 미술세계만 고집했었다"며 "작품 활동도 결국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사유할 수 있게 만들고, 공감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당시 저는 대중들에게 난해함만 주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대중들과 보다 가까운 것부터 해보자는 심정으로, 팝아트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답했다.

백종기 작가가 도전하고 있는 비재현미술 중 미완성된 작품이다.
백종기 작가가 도전하고 있는 비재현미술 중 미완성된 작품이다.

비재현미술로 전하는 이야기
 비재현미술은 구상회화에 대비되는 비구상, 비재현, 반사실주의적 경향의 미술로, 점·선·면·형·색·질감 등의 조형요소와 원리만으로 그리기 때문에 작가의 해석에 따라 표현이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보니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의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예술세계다.
 백 작가는 추상화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백 작가는 "지난해 한 비재현미술 작품을 보고 눈물이 흘렀다. 거창한 전시회도 아니었고 지나치는 작품이었는데, 무의식적으로 흐른 눈물에 비재현미술에 대한 욕구가 크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저의 감정에, 감수성에 충실하고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대중들이 저의 작품을 통해 상상력을 맘껏 펼치고, 일상을 넘어 꿈꾸는 삶에 한 발짝 가깝게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상상력이 인류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한 걸음 나아가게 한다는 의미다.
 덧붙여 그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 팝아티스트로서 이름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건 분명히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며 "그러나 비재현미술가로서 꿈을 미루면 미룰수록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백 작가의 비재현미술 작품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그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비재현미술 작업에 돌입했는데, 지금은 실험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며 "작품은 제가 만족할 때까지 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우리에게는 로봇 태권브이와 같은 영웅이 필요할지 모른다. 영웅은 늘 도전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백종기 작가는 로봇 태권브이로 대중들에게 희망, 추억, 이상을 선사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에 나선다.
 그렇게 그는 다시 무명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백종기 작가의 로봇 작품들과 예술철학, 그의 미술이야기를 담은 방송이 오는 18일(금) 오후 5시 40분 KBS1 〈생생투데이 사람과 세상〉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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