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정해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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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정해진 미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3.01 16:16
  • 호수 7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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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고원오 남해문화원 수석부원장
고  원  오남해문화원 수석부원장
고 원 오
남해문화원 수석부원장

"남해군청 작게 잘 지어주세요." 다음 세대의 목소리다.
천억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남해의 100년 미래를 보며 신청사를 짓는다고 한다. 과연 남해의 100년 미래가 있을까? 이참에 남해 사회의 과거와 미래를 인구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조감해보자.
남해인구는 과거 3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현재 4만2천 명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변했고 도의원이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었다. 버스회사도 2개에서 하나로 줄었고 택시도 마찬가지다. 출생인구 감소로 면 단위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지역농협도 8개에서 4개로 줄었고 직원도 거의 반으로 줄었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사라진 가게가 많고 대부분 경제 규모가 작아졌다. 마늘 등 농산물 생산량도 반 이상 뚝 떨어졌다.
규모가 커진 것도 없진 않다. 도로가 넓어졌고 남해를 잇는 대교도 두 개가 더 늘어났다. 자동차가 늘었고 바닷가의 펜션이 늘었다. 노령인구가 늘었고 군청 공무원도 두 배로 늘었다. 면 단위 마을에는 빈집은 몇 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남해에서 80명 정도 태어나고 800명가량 사망했다. 출생인구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고 사망인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이유로 남해는 지방소멸지역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다.
미래 10년 후 남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추세를 보면 연간 출생인구는 10명 내외일 것이다. 사망자는 800명 내외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사회는 지난 30년보다 훨씬 빠르게 작아지고 재구조화될 것이다. 붕괴하는 마을공동체가 나타날 것이다. 남아있는 학교들도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고 남해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남해대학도 인구감소의 여파를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해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본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몇 사람이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미래까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대비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조영태 인구학 교수는 2016년 쓴 책 『정해진 미래』에서 향후 10년 정도는 우리나라 출생인구가 35만 명 내외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5년이 지난 지난해 26만 명이 무너지고 사망 인구는 30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 인구가 한 해 동안 남해 전체 인구만큼 줄었다.
전국적인 인구재앙이 예측보다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도 50년 뒤 우리나라 인구를 3700만 명 정도로 추계하고 있다. 지금보다 1300백만 명이 감소한다는 얘기다.
인구가 줄어들면 모든 게 작아진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하고 작아지는 미래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남해에 결혼식장은 사라지고 장례식장 네 곳이 성업 중이라는 것이 슬프지만 남해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아마도 남해 미래 인구는 오늘이 가장 많은 날일 것이다.
현재의 이슈만으로 의사결정을 해서도 안되지만, 엉뚱한 미래를 보고 의사결정을 해서도 안된다.     
남해의 100년 미래는 없다. 신청사는 작게 잘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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