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열전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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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열전의 시작과 끝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3.10 14:28
  • 호수 7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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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선거철답게 온갖 공약이 난무하지만 누가 당선이 되건 임기 내 절반의 공약 이행률이라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대국민 약속의 상당수는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사이에서 저절로 폐기될 공산이 크다. 실효성이나 실현 가능성은 제쳐두고 공약을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표라도 더 얻고자 분투노력하는 대선 출마자들에게 표를 좇지 말고 표심을 얻으라는 나름의 득표 팁을 들려주고 싶다. 
예상대로 선거판은 난장판을 방불케 한다. 주요 두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전에 앞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이후로 정치 공학적 셈법과 진영 논리에 갇힌 채 정책 대결보다 흑색선전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도배되고 있다. 역대급 진흙탕 선거전에 국민의 피로감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이번 대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2030세대`가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점이다. 선거전의 단골 메뉴이자 `이대남`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인 군 장병 월급 인상안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전에 비해 인상 폭을 확대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 듯하다. 장병들의 처우 개선과 사기 진작을 위한 아이디어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다만 충분한 검토 없이 도출된 졸속 착상이라면 변죽만 울리다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실 우리에게는 부끄러운 선거사가 있다. 금품·금권 선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가 그것이다. 혼탁한 선거전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치 모리배에게 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선심성 공약과 거짓 희망이 담긴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된 유권자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는 정치 철학의 빈곤이 낳은 결과물을 숱하게 목격했다. 정치인들이 본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투잡을 뛰는 것도 그중 한 예다.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입수한 정보로 개발 호재가 있는 땅을 사들인 뒤 훗날 개발지로 확정되면 엄청난 수익을 챙기는 식이다. 그 밖에 일반 국민은 꿈도 꾸지 못할 세금 포탈, 과태료 체납, 채용 비리, 인사 청탁, 뇌물 수수 등 불법과 비리 행위가 끝이 없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발뺌하고 둘러대고 핑계대고 부인하기 바쁘다. 심지어 의혹이 사실로 확증된 순간조차 변명 일색이다. 설령 잘못을 시인하더라도 상황을 봐 가며 마지못해 찔끔 사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를 뜻한다. 물론 사회지도층이라 해서 결코 아무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덕목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치인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흠결이 없기를 요구하는 것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최소한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본적인 준법 의식과 윤리적 소양은 갖추어야 한다. 그들에게 특별한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건만 때로 시정잡배만 못한 행태를 보임으로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기는커녕 실망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정치는 민주주의의 퇴행만 부추길 뿐 올바른 정치라 말하기 어렵다. 국민이 뽑은 정치인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정치인을 믿고 표를 던진 국민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코로나 위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나랏빚은 쌓이고 계층 간 간극은 심화되고, 정치판은 권모술수가 판치는, 총체적인 난국에 우리는 직면해 있다. 영국의 역사가 H.A.L.피셔는 `정치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라 했다. 그런데 감히 행복까지는 바라지 못하겠고 정치가 백성을 위태롭게 하지나 않으면 좋겠다. 유감천만하게도 필자는 나랏일 두량을 믿고 맡길 지도자감을 여태 선정하지 못했다.
조만간 권력 구도의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다. 그 정점에 누가 서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정치에 속고 정치인에 속으면서도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라 여기는 민의만큼은 저버리지 말 것을 새 정부를 이끌 차기 지도자에게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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