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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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3.10 14:34
  • 호수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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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서관호 시인·본지 칼럼니스트
서  관  호시인 / 본지 칼럼니스트
서 관 호
시인 / 본지 칼럼니스트

 속담에 `달 보고 짓는 개`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일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누구든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면 개 취급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상(事狀)을 파악하는 식견이 부족하여 전체를 읽지 못하고서 남에게 들은 말이나 자신의 얕은 식견으로 파악한 일부분을 그 전체로 알뿐만 아니라 그것을 철통같이 신념화한 까닭입니다. 그래도 그것을 입 밖에만 내지 않으면 남이 알지 못할 것이고 아무런 죄가 되지도 않을 텐데, 자꾸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어 망신을 당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며, 여론화된 집단신념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아주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약간의 용어만 이해하더라도 생각을 바르게 하고 태도의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념(信念)이란, 어떤 사상(思想)이나 생각을 굳게 믿으며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말합니다. 예컨대, 헌법에는 그 전문에 헌법정신이 담겨 있고, 그 조문에도 국가가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을 일러 그 국가가 이루고자 하는 국민의 신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도 과거 역사에 대한 오독(誤讀)이나 미래를 잘못 예측함으로써 그릇된 신념이 포함될 수 있지요. 따라서 개헌이 자주 거론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기 패배적 행동이나 건강하지 못한 감정에 이르게 하는 역기능적, 비논리적, 비현실적인 신념을 비합리적 신념(Irrational belief)이라고 합니다. 
 사람에게 비합리적 신념이 생기는 것에 대하여 다음의 몇 가지 심리학 용어의 이해를 통해 비합리적 신념에 빠지지 않을 방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기만(Self deception)은 자기만은 진실이 아니거나 사실과 다른 것을 합리화하면서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정당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속이며, 꽤 자주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자기 자식은 똑똑하다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가령, 성적이 나쁘거나 올곧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 그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별 중요한 과목이 아니라든지, 그 반대로 요새는 한 가지만 잘하는 것이 더 낫다든지, 또는 그 과목 선생님은 실력이 없다든지, 어쩌다 나쁜 친구와 휩쓸렸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그런 엄마들이 많다더군요. 
 자기기만의 전략은 첫째, 신념의 재구성(Reorganization of beliefs)으로 괄호 밖으로 밀어내거나 원인을 외부로 돌려 버린다. 둘째, 목적을 가진 행동을 통해 사실을 선택한다. 문제가 되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 장소나 사람을 회피한다. 셋째, 출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여 사실을 거부한다. 넷째, 모호한 상황에서 사실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전략은 심리학적 사고 성향이며,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확립된 관점을 보존하기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인지 장비의 일부라고 합니다. 이러한 인지적 성향은 행동을 재빠르게 변화시켜야 하는 급진적이고 새로운 도전의 시기에는 치명적으로 불리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사대사상은 큰 나라만 기대 있다가 그 나라에게 침략을 당하기도 했고, 다른 침략에도 대처하지 못했던 역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우방을 종주국인 양 섬겨 국내문제에도 남의 나라 국기를 들고 나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고쳐 바라보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증거나 합리성을 무시한 채, 이루고자 하는 믿음에 충실하려는 태도로서 인간의 이기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정치나 운동 경기를 보면서 자기가 응원하는 편이 현재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해도 곧 운이 돌아와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바로 소망적 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입니다. 자신의 믿음에 대해 근거 없는 과신, 다른 사실에 대해서는 불신하고 자신의 믿음만을 고수하려는 선택적 태도를 확증편향이라고 말합니다. 왕왕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확증편향 때문입니다.
 사람은 인격의 무게가 무거워야 사람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가슴에 보석을 품어야 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서 남의 입장까지를 포함한 전체를 다 담게 되면 당연히 더 무겁지 않겠습니까? 또한 입이 무거워야 합니다. 자꾸 내뱉으면 어찌 가벼워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듣는 귀가 순해야 합니다. 아무 꺼나 다 들으면 바람이 들어가서 가벼워지기 마련이니까요. 이 세 가지가 사람의 무게를 결정합니다. 이것이 곧 가슴에 품을 보석이자 내 인생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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