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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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2.03.18 16:23
  • 호수 7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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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전병권 편집국장
이종호 작가가 지난달 8일부터 27까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 `하늘에서 바라본 보물섬`이라는 이름의 전시회에서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이종호 작가가 지난달 8일부터 27까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 `하늘에서 바라본 보물섬`이라는 이름의 전시회에서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역사는 늘 중앙과 승자에 의해 기록돼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민주주의, 인권 등의 인식이 향상하면서 중앙화를 탈출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작은 외침이 지역분권이라는 개념으로 확산됐다. 지역분권의 중요성은 또 지역 기록의 중요성으로도 대두됐다. 그러면서 기기와 문명의 발달은 중앙과 지방, 누구나 어디서든 사진을 찍고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즉, 점점 더 기록을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으로 진화했다. 이제는 개인도 기록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남해의 역사는 누가 기록하고 있을까? 
 남해에도 알게 모르게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이든, 디지털카메라든 기기는 상관없다.
 `이종호`라는 사람은 특정 장르가 아닌 `남해`라는 장르를 찍는 작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가 몸담고 있는 남해군청 문화관광과에서 각종 남해의 풍경과 축제, 행사, 사람 등 이종호 작가가 10년 넘게 찍은 남해군민의 수는 남해 인구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종호 작가는 2015년부터는 드론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늘에서 바라본 남해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각종 건물, 학교, 마을, 바다와 산 등 남해에 있는 모든 것들이 모델이 된다. 
 이 활동의 결실이 지난달 8일부터 27까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 `하늘에서 바라본 보물섬`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로 맺었다. 전시회에는 이종호 작가가 2021년 내내 200개가 넘는 남해군 마을을 다니며 찍은 드론사진 중 30점을 선정해서 선보였다.
 이종호 작가는 "남해는 그저 관광지가 아니라 `어디를 가든, 어떠한 순간이라도 아름다운 곳이 바로 남해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드리고 싶었다. 평소 남해를 찾은 관광객들은 작은 휴대폰의 액정 속에 풍경을 담지만 제가 찍은 사진을 보며 커다란 액자 속에서 남해를 온전히 느끼실 수 있도록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종호 작가는 자신이 잘하는 사진을 활용해 남해군민들과 향우들에게 추억을, 남해의 아름다움을, 남해 그 자체를 각인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진을 판매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선행까지 기획하고 있어, 사진을 통한 선순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호 작가는 "보관만 하는 자료는 의미가 없다. 다양한 곳에서 아름다운 남해의 모습을 널리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제 사진과 영상을 보신 후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반해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계기가 되도록 사진과 영상들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활동은 자신의 업무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
 5년 넘게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이종호 작가와 종종 기록과 사진,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고민도, 답답한 일도 많다. 특히 그가 가지고 있는 많은 양의 사진이 데이터로서 쌓여 있기 때문에 이를 보관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장하드디스크를 계속 구매해도 끝이 없다. 개인이 하는 것이라 비용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남해군청에서 서버를 하나 구축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해본다.
 이종호 작가뿐만 아니라 남해군에는 여러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남해군 출신 작가들도 많다. 그중 내가 이종호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 사진도 잘 찍지만 기록으로서 가치 있는 사진도 많이 찍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이 모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역신문의 부족한 부분을 그가 채워주고 있다. 
 서울, 중앙의 기록은 다른 누군가가 하고 있다. 아니 많은 누군가가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기록을 한다는 건 그렇게 인정받지도 못하고 인기가 많은 일도 아니다. 먼 훗날 인구가 줄어들고 남해군이라는 지역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해를 기록한다는 사명감이 다음 남해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란다.
 이종호 작가의 마지막 말을 빌린다.
 "남해에는 추억 이상의 사료가 될 만한 모습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는 것 같아 아쉽다. 다음 세대가 지금의 남해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다."
 그가 기록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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