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 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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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 2일 낚시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3.18 16:36
  • 호수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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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29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동쪽 끝 서쪽 끝을 가로 지른 바다낚시
가자는 아들 생각 따라 나선 엄마 생각
무박의 시간들 속에 샘이 솟는 가족애
 
 얼마 전 아들이 바람 쐬어준다면서 강원도 양양 낙산사 앞 동해바다로 우리 부부를 승용차에 태우고 달렸다. 
 주섬주섬 챙겨간 낚시채비를 물에 담궜으나 물때가 안 맞았던지 큰 조과를 올리지 못하고 일몰을 맞았고 시장기도 있는지라 인터넷 검색하여 맛집으로 소문난 영광정 메밀국수집에서 요기를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낚시 도구를 정리하고 밤이 늦도록 각자 자기 일 하다 보니 자정이 가까워 왔다. 갑자기 아들이 제안을 한다.
 "오늘 동해바다 낚시는 조과가 없으니 서해바다로 한 번 가보실래요?"
 잠자지 말고 무박 2일로 낚시하자는 뜻인데 상당히 무리한 제안이다. 동해바다 낚시에 재미를 못 봤으니 어찌해서라도 부모님께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배려가 숨어있는 듯해서 고맙기는  했다. 필자는 갈 수가 있지만 아내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 아내가 흔쾌히 가자고 했다. 그리고는 따뜻한 커피와 바닷바람을 막을 수 있는 윈드재킷 들을 챙긴다.
 어쩌다 가는 낚시지만 아내의 하는 일은 고둥이나 줍고 커피 타는 것과 뒷정리하는 것이다. 직장의 사원사택에서 생활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를 찾아오는 아들이 대견스러운 듯 멀리 서해바다의 무박2일의 밤낚시를 따라나서는 아내를 보며 필자의 마음도 뭔가 흐뭇했다.
 텅 빈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자정을 훨씬 넘은 3시쯤에 궁평항에 도착하였다. 그 야심한 밤에도 궁평항엔 조사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낮부터 자리 잡은 프로 조사도 낚싯대 5개 담그고 있었으나 망상어 두 마리 정도이고 거의 모두의 어망은 비어 있었다.
 원래 샛바람이 세게 불고 구름이 험할 때는 물고기도 멀미를 하니 낚시는 꿈도 꾸지 말라고 누누이 배우고 경험했지만 그걸 무시하고 갔다가 필자 역시 조과 없이 돌아왔다. 하지만 소중한 그 무엇을 느낀 하루라 조과에 대해서는 아무 미련이 없었다.
 조과 치고 정말 기염을 토한 경우는 두 번 정도다. 그 첫 번째가 고향의 교직에 있을 때 선생님 세분과 공휴일에 벽련과 노도 사이에서 노 젓는 배를 타고 낚시를 했는데 한 사람은 끌어올리기에 바빴고 두 사람이 회 뜨고 초장 만들고 매운탕 끓이기에 바빴다. 그러고도 각자 가져간 쿨러에 한가득 담아왔다. 두 번째는 경기도로 전출되어 도시학교의 학년부장을 할 때 본교 선생님 여섯 분과 타 학교 선생님 세분, 필자의 아내가 한 팀이 되어 여름방학 때 야영하며 9박 10일의 울릉도 일주 도보 배낭여행을 할 때였는데 촛대 바위 맞은편의 해변에 텐트를 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필자는 직감적으로 느낀 바 있어 좀 위험했지만 절벽 바로 밑의 어느 포인트에 동원참치 살을 묶은 낚시 줄을 내렸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원시상태의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이 덤벼드는 바람에 순식간에 3개의 코펠을 가득 채웠다. 가져간 양념으로 정성을 다해 끓였는데 한참 먹다보니 매운탕에 숟가락을 대는 사람은 필자와 필자의 아내뿐이었다. 왜 이리 맛있는 걸 안 먹느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어릴 때부터 송사리나 미꾸라지, 민물새우 같은 것만 가끔씩 매운탕 해먹었고 바다 고기는 비린 냄새가 심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알고 보니 필자와 필자 아내 외의 사람들은 바다와 거리가 먼 내륙지방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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