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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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단추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3.25 10:04
  • 호수 7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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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둘은 초등학교 상급학년으로 올라갔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들의 소통을 위해 클래스팅, 밴드, 하이클래스 등의 정보공유 공간을 만들어 소통한다. 새로운 소통창구의 프로필에는 아이의 이름을 입력하고, 아이의 사진도 함께 넣는다.


 "학교에서는 마스크 꼭 쓰제?"
 "교실에서는 마스크 쓰고, 체육할 때도 마스크 다 쓰고 해요."
 "하루종일 쓰고 있을라쿠몬 니 입냄새도 날 거고, 진짜 불편하겠다."
 "그래도 잠깐 벗을 때 있어요."
 "응? 벗어도 돼?"
 "엄마, 마스크 쓰고 밥은 어떻게 먹어요? 급식실에선 당연히 벗죠."
 "아~~~~~."
 나는 바보 돌 틔는 소리를 하면서, 손가락을 재빨리 넘기며 사진을 고르기 시작하다가
 "프로필 사진에 마스크 안 쓴 사진을 넣으면 선생님이 알아보실까?"
 "그래도 매일 우리 눈을 보시잖아요. 선생님은 다 알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전지전능한 신이신 선생님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뻔했다.
 
 마스크가 대접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필요할 경우에는 집 안에서도 착용하기도 하지만 외출할 때에는 지갑이나 열쇠를 챙기는 일 만큼이나 중요하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실수도 잦았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 실례를 한다거나, 인사를 해오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무례를 저지르는 일이 자주 생겼다. 한번은 같은 사무실의 직원을 알아보지 못해 실례를 넘어섰으나 웃음으로 마무리된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누구?"
 금방 점심식사 후, 양치질을 마친 앳된 신규직원은 재빨리 마스크를 쓰며,
 "네? 저, 수정이에요."
 "아, 남수정? 근무한 지 3개월 만에 너 얼굴을 처음 봤네. 마스크를 안 쓴께 누군지 몬 알아보긋다. 그 예쁜 얼굴을 가리고 다녀서 억울하겠다."
 "요즘 다 그렇죠. 흐흐흐~"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2020학년 초등학교 신입생들이 된 아이들은 기초학습이 부진하고, 친구들을 사귈 기회를 놓쳤다는 게 가장 아쉽다. 달리기 하는 친구들 응원도 하고, 봄소풍 가서 도시락 나눠먹기, 보물찾기, 수건돌리기도 할 수 있는 즐거운 1학년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버렸다. 교사들의 수업 열정을 넘어선 코로나 자가진단 체크, 매일 배부하는 가정통신문, 학생들의 정보관리 등의 행정업무는 얼마나 많은지…
 대학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비대면 강의로 바뀐 통에 캠퍼스의 낭만은 달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전문대는 학우들도 잘 모르는 채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는 쓴웃음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봄의 일상을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언 땅에서도 새싹은 돋아나고, 강취위 속에서도 매화가 피었고, 마른 가지에서는 목련이 커다랗게 달렸다. 곧, 벚꽃나무 마다 꽃잎을 만장같이 달고 `고향의 봄`을 알릴 것이다. `남해로 오시다`
 
 봄에는 밭을 갈아 씨앗도 뿌리고, 채소 모종도 심고, 가족들과 도다리쑥국도 끓여먹고, 남해대교 입구의 벚꽃터널을 걸으며 꽃노래도 부르고 싶다. 노을이 수를 놓는 노량마을을 곁에 두고 음악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에도 봄이 가득 차겠지. 꽃놀이 가자. 남해로 가자, 노량마을로 가자, 남해대교도 걸어보자.
 

※장미단추 : 장거리 미남(녀), 단거리 추남(녀)을 줄여쓰는 이상한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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