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사이 할매 화가` 설천에 넉넉한 촌집 갤러리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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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사이 할매 화가` 설천에 넉넉한 촌집 갤러리 열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4.04 13:57
  • 호수 7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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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선 작가 민박집 개조해 `돌탑갤러리` 개관
이진만 작가, "고 작가는 한국의 그랜마 모제스 될 것"
이번에 촌 민박집을 개조해 돌탑갤러리를 연 고창선 작가.
이번에 촌 민박집을 개조해 돌탑갤러리를 연 고창선 작가.

 자칭 `씨사이 할매 화가` 고창선(66) 씨가 설천면에 `돌탑갤러리`(설천로 758)를 열었다. 남해 `할망댓바람`을 견뎌온 오래되고 야트막한 촌 민박집이 방을 트고 레일 조명을 달고 마당에 지붕을 얹어 아늑하면서도 근사한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작가 본인의 그림 수십 점이 관람객을 환하게 맞고 있다.
 고창선 작가는 예순 살 되던 해 손주 넷을 돌보다가 우연한 기회로 그림을 시작해 2017년 `세 친구의 행복한 꿈 그림전`과 20221년 `고창선 개인전`을 열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씨사이 같은데 그림 선생님과 친구와 가족들이 칭찬과 응원을 해준 덕에 여기까지 왔네요."
 고 작가의 그림은 가슴에 간직해온 어린 시절 추억과 이웃과 가족에 대한 사랑, 주위의 사물과 생물과 풍경에 대한 애정이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 그림을 그리다 써두었을 작가의 단상들은 시처럼 이야기처럼 그림과 어우러져 감동을 준다.

설천면에 위치한 돌탑 갤러리 전경.
설천면에 위치한 돌탑 갤러리 전경.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어린 시절 동네 빨래터와 느티나무 고목(`빨래터`),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여름날 갑자기 몰려오는 소나기 바람에 널어둔 작물들을 치우느라 바삐 움직이던 부모님(`비설거지`), 육지 장날 물건 팔러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해질녘 설천 앞바다로 들어오는 배를 지켜보던 삼남매(`엄마마중`)는 가난했지만 정답고 따뜻한 그 시절을 절로 추억하게 한다. 특히 해바라기 아홉 송이를 줄줄이 담은 지게를 메고 가다 무지개 뜬 언덕배기 길가에 잠시 누워 쉬는 아버지의 환한 웃음(`인자하셨던 아버지와 해바라기`)은 압권이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도 아버지는 아홉 남매를 `무거운 짐`이 아닌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으로 여기셨을 것"이라는 작가의 상상이 보는 이마저 웃음 짓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생선을 코앞에 두고 반짝이는 고양이의 파란 눈동자(`고양이`)의 생동감이, "봄나물이 지천으로 올라올 즈음 친구와 옛 이야기 주고받으며 나물을 캐다보면 세월이 잠시 멈추어준다"는 여유로움(`봄날`)이, 화분 얹어둔 선반 아래 터를 잘못 잡은 거미도 내치지 않고 `그래, 같이 살자!`고 자리를 내어주는 넉넉함(`삶의 터전`)이 그의 작품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이렇게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와 감동이 작은 돌탑갤러리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돌탑갤러리에 전시된 고창선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면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돌탑갤러리에 전시된 고창선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면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고 작가에게 그림을 지도해오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고 작가를 응원하고 있다는 이진만 다빈 미술학원 원장은 "고 작가는 색과 형태와 원근감 같은 틀에 박힌 표현이나 고정관념이 없다 보니 미술을 공부한 사람보다 훨씬 자유롭고 폭 넓게 그림을 그린다"며 "넉넉하고 다정한 마음을 그대로 끄집어내어 그린 그림으로 감동을 주는" 그를 가리켜 "한국의 그랜마 모제스(78세에 그림을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미국 화가)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고창선 작가는 돌탑갤러리가 자기 작품만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턱을 낮춰 그림을 그리는 누구에게나 열린 전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또 갤러리가 남해와 설천을 찾는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그림도 즐기러 오시다."
 `씨사이 할매 화가`의 넉넉한 촌집 갤러리가 아무래도 올해 남해 최고의 `핫 플레이스`가 될 것 같다. 길 지나가다 우연히 `돌탑갤러리` 촌집을 발견하면 지체 말고 한번 들러 보시라. 순간의 선택이 큰 감동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 `씨사이`는 `실없쟁이`의 경남방언으로 주책없고 실없는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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