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버섯
상태바
꾀꼬리 버섯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4.04 14:56
  • 호수 7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고향, 나의 삶 131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산골길 꾀꼬리가 땅바닥에 앉았는가
황금색 짙은 녘에 살구냄새 뿌렸으니
성벽에 걸려서 울던 꾀꼬리가 너였군

꾀꼬리버섯은 색감도 그렇거니와 버섯 자체가 꾀꼬리가 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어찌 이런 밝고 진한 황금색이 발현되는지 대자연의 오묘함은 끝이 없다. 어느 여름 날 산을 타다가 버섯도감에서나 보던 이 꾀꼬리 버섯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고 집으로 모셔오기까지 했으니 찬란한 황금색은 물론이고 잘 익은 살구 냄새가 집 안에 가득 찬다.
한 동안 영지와 달걀버섯에 빠져 허우적거렸거니와 이 날은 꾀꼬리버섯에 취한다. 살구향기가 진하게 흘러나오는 물결모양의 이 버섯은 맛이 뛰어나고 육질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특히 서양에서 더 알아준다고 한다.
꾀꼬리버섯 이야기를 하다 보니 꾀꼬리에 대한 몇 가지 일들이 뇌리를 스친다. 어릴 적부터 꾀꼬리에 대한 노래는 많이 불렀으나 실제로 꾀꼬리의 모습을 확인한 것은 대학 2학년 때 성곽도시의 성벽아래 하숙집에서였다.
이른 아침에 마당에 나왔다가 성벽에 걸친 울창한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황금 깃털 휘날리며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꾀꼬리였음을 알아차린 것은 어릴 적 할머니의 격대교육(隔代敎育) 덕분이었다.
할머니의 친정, 즉 진외가에 가면서 할머니 손잡고 숲길을 걸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새 울음소리에 필자가 반응을 보이자 할머니께서는 꾀꼬리 울음소리라시며 꾀꼬리는 32가지 소리를 내는 아름다운 새라고 하셨다. 그 때 필자는 그 꾀꼬리의 모습은 보지는 못했지만 대학 2학년 때서야 새의 모습과 울음소리를 매치시킨 것이다. 꾀꼬리는 울음소리가 매우 맑고 고우며 색깔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시가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는 유리왕이 지은 〈황조가〉가 전하는데 유리왕은 자기의 외로운 처지를 암수의 꾀꼬리가 의좋게 노는 것에 비유하여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