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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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4.04 14:56
  • 호수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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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끝이 없을 것 같은 추위와 계절풍이 잦아들더니 어느새 목련과 벚꽃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두꺼운 외투들을 옷장에 정리할 때 집 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먼지들이 코를 간지럽히더니 봄기운을 맞으려 열어둔 창가에 먼지들도 눈을 어지럽게 하기에 봄맞이 대청소를 생각하였지만, 실행에 옮기기에는 두려워 애써 외면하고만 있었다.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던 대청소를 코로나 격리 기간 마지막 날 시작하였다.
하루면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시작하였지만 결국 다음 날 저녁까지 쉼 없는 노력을 들인 이후에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청소는 더러움을 치워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행복을 주었지만 치워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공간들에 좁게만 느껴지던 집이 얼마나 큰지와 같은 종류의 생활 도구들이 생각보다 많음에 놀랐다.
열심히 쓸고 닦으면 깨끗해지리라 믿고 시작한 청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신발장에서부터 발생하였다. 평소 신을 신발이 없다고 느꼈는데 막상 열어둔 신발장에 신발들의 숫자에 놀랐고 구매는 하였지만 지난 몇 년간 한 번도 신지 않고 보관만 되어온 신발들이 생각보다 많아 열어둔 신발장에서 인정하기 싫은 내 욕심과 허영을 마주하게 되었다.
단순히 집을 치우려 시작한 청소에서 평소 잘못된 생활 습관과 과소비를 보게 되었고 언젠가 쓰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쌓아둔 물건들에서 숨겨진 어리석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신발장 정리에 막혀 생각이 깊어질 때 치우는 것보다 필요 이상의 물품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신발장 청소 후 다른 곳의 청소가 한결 편해짐을 느끼며 조용히 마음의 봄맞이 대청소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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