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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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어머니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4.11 15:52
  • 호수 7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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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서관호 시조시인
이  종  은읍 심천리
이 종 은
읍 심천리

쉼 없는 아침 바다 성실한 저녁 바다
때로는 조금 늦게 간혹은 조금 빨리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돌고 도는 발걸음.

눈뜨면 뒷밭에서 풀 뽑고 콩새 쫓고 
쉬는 날 고샅고샅 이웃집 정담 듣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실 도는 어머니.

어디로 숨었다가 밤새면 채워지고
숟가락 던져놓고 끙끙끙 앓다가도
                                  날 새면 오뚝이 같은 어머니는 바다여.

 

서  관  호시조시인
서 관 호
시조시인

이종은 시인은 기자출신의 문인이다. 일생동안 쓴 기사가 몇 천 편인지 모른다. 때문에 암만 장르가 다른 시조라 하더라도 습득이 빠르고 묘사와 비유가 탁월하다. 퇴직 후 고향에 돌아와서 어머니를 모시면서 여태 모시지 못한 회한이 더해져서 시조공부 시작부터 어머니를 처녀작 속에 모셨다.
이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감동은 마치 바다 같단다. 첫 수, 쉼 없는 조수(潮水)! 만약이라도 저 조수가 멈춰버린다면 우주는 멸망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렇듯 어머니는 세상을 떠받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 수 역시 첫 수의 연장선상에 있다. 마치 조수가 시시로 곳곳마다 바다를 온통 순시하듯이 어머니는 당신의 영역을 영위하는 데 충실하시단다. 셋째 수에서는 내면의 바다, 즉 어머니의 일과가 마무리되고 또 새날로 넘어가는 순간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에 비유하였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어머니는 저 바다처럼 지치지 않는 존재이다. 다만 지칠 듯하였을 뿐이다. 이 시인이 어머니를 바다에 비유한 것은 이제는 좀 쉬시도록 잘 돌보고 있음에도 오히려 몸에 밴 근성(勤誠)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니, 독자들로 하여금 `아, 우리 어머니도 그런데` 하고 공감하게 한다. 그래서 `어머니`란 명사 앞에는 `누구의`라는 소유격을 붙일 필요가 없다. 모든 어머니가 다 나의 어머니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누가 말했던가, "어머니는 인류가 입술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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