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 목련(悲戀 木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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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련 목련(悲戀 木蓮)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4.18 10:31
  • 호수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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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33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휘날린 목련화에 유년이 달라붙어  
고향집 담 너머로 깃발인 듯 떴다가도
어느새 빨리도 지니 비련인가 목련인가    
 
 어릴 적 목련화 핀 고향마을 골목을 지날 때는 어쩐지 마음이 설레었다. 내 작은 주먹만 한 꽃봉오리가 터져 하얀 큰 꽃잎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크게 펄럭이면 그것이 마치 깃발처럼 느껴지곤 해서 거기에다 찬란한 봄의 정감을 매달아 같이 펄럭이곤 했다.  
 목련화는 하얀 꽃보다 뒤에 피는 자주색 꽃도 있다. 이른바 자목련이다. 하얀 목련나무는 대체로 줄기가 하나로 뻗어 포기 나누기가 어렵지만 자주색 목련나무는 뿌리에서부터 많은 싹이 올라와 번식이 잘 되었다. 목련은 다른 꽃과 달리 북쪽을 향해 핀다. 이에 대한 비련의 전설이 있지만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몇 년 전 고향 찾은 어느 날 옛 고향집 정원에 목련이 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보며 4월의 노래를 더욱 실감나게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 때 사다 심었던 어린 목련도 지붕위로 솟으니 꽃그늘은 온 마당을 채웠다. 또 한 번은 목련꽃 필 무렵 고향마을을 찾았을 때 필자가 살았던 집은 대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지금은 남의 집,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담 밖으로 넘쳐 나오는 꽃무리만 해도 옛날을 추억하기에 충분하였다. 

 이번에 조상님들의 산소를 돌보기 위해 가족을 데리고 고향에 내려갔을 때의 고향 마을 목련은 이미 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향 산천에 어디 목련의 추억뿐일까? 재래전통시장의 오문자 여사가 운영하는 봉정식당에 들러 먹거리 옛 추억을 불러낸다. 전어와 멍게와 해삼이 있고 생선구이, 꼴뚜기 젓갈, 돌게장, 돌쟁이 튀김이 나오고 봄 도다리 쑥국이 봄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모자반, 돌미역, 파래 김은 강진바다 물 흐름에 하늘거리듯 싱싱하여 맨 먼저 손이 간다. 곰삭은 게장은 흠씬 먹고도 많이 남아 싸 달래서 집으로 가져와 지금껏 먹고 있다.  
 고향의 목련은 지고 말았지만 지금 기거하고 있는 강원도 산촌에 돌아와 활짝 피어난 목련화를 보며 고향의 목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며 카메라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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