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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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귀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4.22 10:00
  • 호수 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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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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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34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바른 길 걷다가도 함정에 빠진다면  
개미나 사람이나 같은 신세 아니던가 
세상사 어둔 골짜기 건너뛰는 지혜로

 
 서울 인근 산의 등반 중 정상을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깔때기를 닮은 구덩이에서 개미 한 마리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런데 구덩이 아래에서 세차게 튀어 올라온 모래가 폭탄의 파편처럼 개미를 강타한다. 분명 그 구덩이 아래에는 다른 뭐가 있는 게 분명하지만 모습은 안 보인다. 개미는 그 모래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면서 이 상황을 벗어나려 결사적으로 구덩이를 타고 올랐으나 모래로 된 경사면을 몇 번이고 미끄러져 내리다가 마침내 모래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필자는 개미를 구해주려고 꼬챙이로 끌어올려보지만 요지부동이다. 무엇인가 개미를 꽉 붙들고 있는데 역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개미를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 같은 존재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꼬챙이로 모래 속을 헤쳐 본다. 가위 이빨을 한 해괴하게 생긴 곤충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창에 `개미와 모래 구덩이`를 쳐보니 그 곤충의 이름은 개미귀신이었고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였다. 보통 잠자리의 애벌레는 물속에 사는데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는 모래 속에서 애벌레로 2년, 번데기로 1년 6개월을 살다가 명주 잠자리로 우화한다고 한다. 다른 잠자리의 애벌레는 물속에서 사는데 명주 잠자리의 애벌레는 이외였다. 


 다음 날 어제의 산꼭대기에서 개미귀신을 몇 마리 채집하여 세숫대야에 모래와 함께 넣어 두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깔때기 모양의 집을 모두 지었다. 개미가 한 번 빠지면 살아나오기 힘든 지옥과 같아서 이 깔때기 모양의 구덩이를 `개미지옥`이라고 부른다. 인간도 개미지옥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악한 무리들은 이 개미지옥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선한 사람들을 많이도 괴롭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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