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바지클럽 모여라~ 은모래 바다는 우리가 지킨다"
상태바
"은바지클럽 모여라~ 은모래 바다는 우리가 지킨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4.29 10:28
  • 호수 7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주 환경지킴이들, 지구의 날 바닷가 청소
지난해부터 정기 활동…생태·환경 감수성 키워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상주 은바지클럽 회원들이 은모래 바닷가 환경정화 활동에 나섰다.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상주 은바지클럽 회원들이 은모래 바닷가 환경정화 활동에 나섰다.

 지구의 날 상주 은모래 바닷가에 `은바지클럽`이 떴다. 은모래 바닷가 모래사장에 모인 30여 명의 `은바지클럽` 회원들은 작전회의를 하고 장갑과 집게, 비닐봉투를 `장착`한 다음 바닷가 이곳저곳으로 흩어진다. 삼삼오오 흩어진 회원들은 바닷가에 버려지거나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줍는다.


 `은바지클럽`은 `은모래 바다 지킴이 클럽`의 줄임말로 또하나의 상주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어린이 환경지킴이 모임이다. 지난해 8월 현재 상주초 6학년인 최시우 학생이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했다. 이렇게 모인 클럽 회원들이 2주에 한 번 모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시작할 때 20명가량이던 회원 수가 이제는 50명에 육박한다. 은바지클럽 회원은 연령층도 다양하다. 상주초 학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지만 4~5세 아이부터 상주중학교 언니오빠, 마을 주민이 함께한다. 이날 모인 은바지클럽 회원 중 최연소 회원은 25개월 된 아기 서후다. 엄마 왕보현 씨 등에 업혀 다니거나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기가 이제는 제 발로 서서 집게를 들었다. 

삼삼오오 흩어져 바닷가 모래사장에 파묻힌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은바지클럽 회원들.
삼삼오오 흩어져 바닷가 모래사장에 파묻힌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은바지클럽 회원들.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을 기념해 은바지클럽 회원들이 모였다. 지구의 날은 지구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다행히 오늘은 바닷가 쓰레기가 얼마 없네요. 캠핑객이 돌아가고 난 월요일이나 연휴 뒤에는 담배꽁초와 1회용 컵, 불꽃놀이 찌꺼기들이 여기저기 많아 쓰레기봉투가 금세 가득해져요." 클럽장 최시우 학생의 말이다. 캠핑족이나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인 건 파도에 밀려오는 부표나 폐그물 등 어구 쓰레기란다. 이미 삭아서 자잘하게 부서지는 스티로폼 부표 잔해는 일일이 주워내기도 어렵다고. 그 스티로폼이 잘게 부서져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바다 어류와 우리 몸 속에 쌓인다는 사실을 은바지클럽 회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소나무 솔밭 사이사이, 모래사장 입구 쪽에 유난히 많은 담배꽁초에 아이들은 분개한다. "왜 담배를 피우는지, 왜 꽁초를 바다에 버리는지 이해가 안 돼요."

새로 만든 은바지클럽 깃대를 들고 있는 최연소 클럽 창립 멤버 정윤이(5세).
새로 만든 은바지클럽 깃대를 들고 있는 최연소 클럽 창립 멤버 정윤이(5세).

좋은 추억이 좋은 미래 만들어
 `아이는 어른의 등을 보며 자란다`는 말이 있듯, `은바지클럽`이 명실상부한 상주의 환경지킴이로 자리하게 된 건 어른들의 솔선수범이 있어서다. 지난해 귀촌한 신혜란, 문현주, 김미선 씨네가 저녁마다 바다산책을 하면서 해변에 널린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게 `은바지클럽` 결성의 계기가 됐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클럽을 결성하고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뒤에서 함께하고 간식도 만들어준다. 상주초에서도 아이들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이날도 쓰레기봉투를 지원해줬다.


 그렇다고 은바지클럽 회원들이 노상 쓰레기만 줍는 건 아니다. 쓰레기 줍기를 마치면 한데 모여 논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신발 던지기도 하고 `한밤중의 바다놀이터`도 연다. 작년에는 `은바지클럽` 회원임을 상징하는 배지도 만들고 핼러윈데이 가래떡 잔치도 열었다. 이를 지켜보는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의 활동을 대견해하고 집에서 빵과 주스 같은 간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이날도 활동을 마친 아이들은 솔숲에서 어른들이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 먹고는 남해의 `천재기사` 신진서가 대국을 한 자리에서 신나게 `알까기`를 하고 달빛 아래서 저녁 늦도록 놀았다.


 "사실 은바지클럽이 바다를 지키는 활동이라고만 생각하는 아이들은 없어요. 은바지클럽에 나오면 친구들을 만나고 즐거우니까 참여하죠. 친구들을 만나 바다와 솔숲을 누비며 이야기 나누고 놀았던 경험이 좋은 추억거리로 남게 되면 나중에 바다가 훼손되거나 오염되면 누구보다 마음 아파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좀 컸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은바지클럽 어른회원 조 영 씨의 말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바다를 지키고 생태·환경 감수성을 키우며 어엿한 상주 어린이 시민이 되어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