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파편이 다리에 박혀 …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다
상태바
수류탄 파편이 다리에 박혀 …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2.05.09 10:50
  • 호수 7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적 남기기 3화 박종대 월남전 참전 유공자
-------------------------------------------------
"고엽제 피해자 유족들에게 피해보상금 지급해야"
가족들 모르게 해병대 입대, 월남전 자원입대
박종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경남지부 남해군지회 제6대 회장을 지난달 29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종대 지회장이 월남에서 찍은 사진들에 대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경남지부 남해군지회 제6대 회장을 지난달 29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종대 지회장이 월남에서 찍은 사진들에 대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배구소년 알고 보니 군인 체질
 1949년 10월 31일 이동면 무림리에서 5남 1녀 중 첫째 누나 아래 다섯 번째 아들로 태어난 박종대(73·朴鐘大) 월남전 참전유공자. 그는 고엽제 피해자이자 지난 3일부로 취임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경남지부 남해군지회 제6대 회장이다.
 박 유공자는 이동초·중학교를 거쳐 이동고등학교(현 남해고등학교, 1966년 개교) 1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박 유공자는 군내에서 열리는 각종 배구대회에서 우승, 입상을 밥 먹듯이 하는 배구소년이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체력, 정신력은 아마 군대, 월남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밑천이었는지 모른다. 
 박 유공자는 "대입 결과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아, 당시 부산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던 큰 행님이 재수를 하라고 하더라고…. 행님을 만나고 남해로 돌아오는 버스가 잠시 경남병무청(현 창원 소재)에 정차했는데, 창밖을 보니까 `해병대 모집 포스터`가 있대? 어차피 가야 될 군대 해병대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제"라며 "솔직히 첫 시험 실패 후 공부에 대한 마음이 생기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1969년 1월 초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부모님에게는 학원비를 받아 재수를 위해 부산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원비는 2주간 부산에서 생활하는 생활비와 여인숙비로 용도가 변경됐다. 그렇게 1월 29일 그는 해병대 자원입대한다. 박 유공자의 부모님은 아들의 사복과 물품이 담긴 택배상자를 수령해 아들의 입대를 통보받게 됐다.
 현재 해병대(5월 4일 기준) 기수는 1285기이다. 213기인 박 유공자는 대선배에 속한다. 군번은 9358339.
 당시 해병대 자대에 가기 위해서는 진해에 위치한 해병대훈련소에서 8주 기본훈련을 받고 4주 병과별로 훈련을 받는다. 그가 맡은 보직은 보급병. 12주의 훈련병 생활을 마친 그는 재수학원이 아닌 훈련병 수료식장에서 부모님과 대면하게 된다. 크게 혼날 거라 생각했지만 부모님은 딱딱하지만 걱정하는 애정표현을 듣게 된다. "배는 안 고프나?", "많이 힘들었제?" 고된 훈련을 견딘 아들의 모습에 나무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후 포항에 있는 해병대기지사령부 보급대대 1중대로 자대배치를 받은 이병 박종대. 그는 해병대 1사단에 쌀과 보리, 담배, 캐러멜 등을 배급하고 관리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나 없어도 우리 집에는 큰 타격 없어
 군 생활에 익숙해진 1970년 1월, 상병 박종대는 병장을 달게 된다. 조기 진급한 기수라고 한다. "동기들도 베트남으로 떠나고 군 생활도 지루해져갈 무렵이었지. 21세 넘치는 열정과 체력, 기왕 해병대까지 왔는데 실제 전쟁이 궁금했거든? 첫째 누나와 막내를 빼면 행님들도 3명이나 있고 내 하나 없어도 우리 집에는 큰 타격은 없겠다 싶더라고"라며 다시 불효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월남전 참전을 자원하자 곧바로 승인을 받고, 다시 훈련소로 향하게 됐다. 당연히 부모님,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육군은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에 위치한 훈련소로 향하지만 해병대는 포항 구룡포에 있는 훈련소에서 실전 훈련을 받는다. 5주의 훈련을 마친 해병대는 육군의 맹호·백마부대가 아닌 청룡부대(제2해병여단)로 자대를 옮기게 된다.
 
전쟁의 흔적을 확인하다
 1970년 2월, 베트남으로 향하기 위한 집결지는 부산항. 환송식을 뒤로하고 10박 11일 동안 600명이 탄 배는 다낭에 도착했다. 9136부대 5대대 1중대 1소대 그의 새로운 소속이다.
 박 유공자도 베트콩 소탕을 위해 다른 부대처럼 매복 작전에 투입된다. 보통 10~11명 1분대를 기준으로 4~6분대가 출동했다고 한다. 박 유공자는 "낮에는 베트콩들이 매복 작전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매복을 위한 2개의 호를 준비하제. 어차피 들키니까"라며 "그래서 첫째 호는 오후 3~4시에 나가서 미끼용으로 파고, 진짜 매복 호는 해질녘에 조용히 움직여서 새로 파서 매복을 하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트콩이 지나가도 우리 부대가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없으면 사격을 하거나 공격을 하지 않았어. 사병이든 간부든 목숨이 하나니까 매우 신중하게 결정했제"라고 말했다.
 
"피가 철철 나는데 아픈지도 몰랐지"
 월남전 훈련소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날씨가 더운 베트남에서는 큰 그늘이 있는 나무는 지나지 말라. 베트콩의 매복 가능성이 높다. 작전에 투입된 지 한 달이나 됐을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박 유공자의 분대가 큰 나무 인근을 지나 10~15m 정도 이동하자, 나무에 매복해 있던 베트콩 2명이 내려와 수류탄을 각각 1개씩 투척했다. "콰쾅!!", "펑!!!" 삼천포에서 온 전우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박 유공자의 바지는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잽싸게 엎드렸지만 이미 오른쪽 허벅지와 엉덩이에는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었다. 곧바로 대응사격을 하면서도 미군에 구조요청을 했고 헬기가 착륙하는 곳까지 300~400m를 쉬지 않고 달렸다.
 박 유공자는 "수류탄을 맞았다는 걸 전혀 몰랐지. 헬기를 타고 해군의무단으로 이동할 때 고통이 느껴졌고 피도 보이더라고"라고 회상했다. 
 파편을 제거하는 수준의 수술 후 2주 동안 입원하면서 심사숙고하게 된 박 병장. 그는 "수류탄까지 맞고 나니까 참 무섭더라. 월남에 와서 처음으로 후회한 순간이었지"라고 밝혔다. 
 몸도, 마음도 회복해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어려운 전장상황이었기에 그는 본래 보직인 보급병 임무를 요청했다. 다행히 요청은 받아들여져 한국군부대의 보급품을 배급하는 부대인 알파장이라는 곳에서 월남 생활을 이어간다. 그곳에서 1년 가까이 근무하며, 1972년 1월 31일 한국 땅을 밟고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해 3년여의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박 유공자는 "부모님이 우찌 생각할지 내가 생각해도 불효를 했제. 월남전에서 사상자를 보면서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버티기 어려웠어. 그래도 살아 돌아와서 너무 기뻤고 우리의 희생으로 고속도로도 닦고 제철소, 조선소도 만들었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서 가슴 한 구석에는 뿌듯함이 있제"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엽제(枯葉劑)를 아시나요?
 우리가 흔히 아는 각종 `암` 종류는 거의 다 걸릴 수 있다. 심하면 피부염, 습진, 신경마비, 근질환, 악성종양, 동맥경화 등 이 제품으로 인한 `후유증은 20가지`, `후유의증은 19가지`, `2세 환자`도 3가지 병·증상을 앓을 수 있다. 지금 설명하는 제품은 바로 초목을 고사시키는 제초제 `고엽제(枯葉劑)`를 의미한다. 고엽제 피해자는 대부분이 월남전 파병자들에게서 나타난다. 
 박 유공자는 "제대하고 농협에서 일하는데 머리에 딱지가 생기대? 아무리 씻어도 계속 생기더라고"라며 "내는 그나마 경미한 `지루성피부염`인데 1996년에 판정을 받았제"라고 말했다.
 특히 박 유공자는 "고엽제 피해자들은 대부분 질병을 앓고 있어. 대체로 암에 많이 걸려. 또, 환자다 보니까 일하기도 어려워서 생계가 어렵거든. 그러다 보니까 병에 걸려도 수술비나 치료비가 없어서 사망하는 경우도 많아"라며 "돈으로 전우들의 가치를 환산할 수 있겠냐만, 돌아가신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차원에서 보상금도 올려야 하고, 특히 전사자들의 유족에게 보상금이 일정 부분 전달돼야 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젊은 날 우리가 목숨을 바쳐 받은 월급을 국가에게 빌려줬으니 이제는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