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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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5.13 15:27
  • 호수 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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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37 │ 碧松 감충효
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하늘을 뒤덮었던 그 군무 어디 갔나
몇 마리 퍼덕이다 까치 밥 신세 되니   
내년에 안 올지 몰라
너의 앞날 서글퍼 
 
 작년 이맘때 산촌에 기거를 시작할 때 제비 한 쌍이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하필이면 야외 식탁 위의 대들보였다. 여기에 집을 지어 알을 낳고 새끼를 치면 그 아래가 지저분해지지만 필자는 개의치 않았다. 식탁은 옮기면 된다.
 예부터 우리 조상님들의 제비에 대한 정서는 아주 우호적이었다. 해충을 잡아먹어 이롭고 제비가 찾아들면 그 집이 흥한다 하여 잘 보호하여 주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새끼를 키우는 기간은 꽤 시끄럽고 털, 비늘도 떨어지지만 그래도 잘 커서 강남으로 갔다가 내년 봄에 다시 오라는 무언의 메시지도 띄운다.
 농약과 여러 환경오염으로 제비는 해마다 줄어들어 옛날에 하늘을 까맣게 수놓던 제비의 군무를 보기는 어렵지만 이곳 산촌은 그래도 몇 쌍이 날아다니기는 한다. 여름에 반딧불이도 볼 수 있는 곳이니 그나마 이 멀리 산촌까지 피곤한 날개를 저어 온 것이리라. 

 제비집을 거의 다 지었을 때 어디에 갔다가 하루 만에 돌아와 보니 제비가 안 보였다. 그 사연은 뒷날 이웃집 윤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됐다. 산까치의 소행이었다. 어치라고도 하는 이 새떼들은 작은 새를 잡아먹거나 알을 약탈해 가는데 어치 떼가 공격하니 제비 부부는 집을 포기하고 혼비백산 도망가더라는 것이다. 참 서운하였지만 자연의 섭리를 어찌하겠는가. 윤 선생 댁도 제비가 집을 지으면 산까치가 모여드는데 습격 직전에 새총을 쏘아 제비를 많이 보호해주었다고 한다.
 한 해를 넘기고 새봄이 오니 제비 한 쌍이 날아들어 집을 짓고 알을 품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작년 갔던 제비는 옛집을 다시 찾아온다고 했는데 그때 그 제비일까? 이번에 지은 집의 위치는 출입문 바로 위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다. 나무 판때기를 받쳐 주면 멀리서 활강했다가 다시 상승하여 안착하는 하늘길이 막히는 위치여서 판때기 받치는 대신 나무 계단으로 떨어지는 오물을 아침마다 치우기로 마음먹었다. 산까치 쫓을 새총을 만든다. 어릴 적 참새 잡겠다고 죽마고우들과 같이 만들었던 그 고무줄 총이다. 우리는 Y자 모양으로 생긴 그 나뭇가지를 새총가지라 불렀고 그걸 구하려고 뒷산을 많이도 뒤지고 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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