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노인 돌보는 택시, 사랑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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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노인 돌보는 택시, 사랑싣고 달린다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2.05.20 10:30
  • 호수 7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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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시대가 만난 사람 | 친절 남해人 김점중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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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풀어놓는 삶의 애환, "모두 내 부모"
근무 중 인터뷰에 응한 김점중 씨, 지난해 말 모범운전자로 `이달의 친절 남해人` 상을 받았다.
근무 중 인터뷰에 응한 김점중 씨, 지난해 말 모범운전자로 `이달의 친절 남해人` 상을 받았다.

 지난해 군청 근무 중 친절매니저를 기획하고 현재는 설천면장으로 근무 중인 최은진 설천면장을 만나 친절매니저단의 활동 소식을 전해 듣던 중, 모범택시 운전사 김점중 씨를 소개받았다. 친절한 모범택시 운전사로 지난 해 `이달의 남해인` 상을 받았다는 그에게서 친절의 의미를 듣고자 만났으나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씨는 어렵게 뜻밖의 선행을 밝혔다. 
 
지족과 맺은 인연 
 부모님을 일찍 여읜 김점중(남면·71) 씨는 지금도 사는 곳은 남면이지만, 젊은 시절 손님으로 만난 지족의 어르신과 정이 들어 아버지로 모시게 되며 지족과도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 분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이후로도 택시운전을 하며 노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형편이 좋지 않거나 홀로 남은 생을 보내는 분들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최근 5년간 돌봐 온 지족의 한 어르신은 92세를 누리고 돌아가셨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경북까지 혼자 산소를 찾아보고 오기도 했다.  
 가족이 있지만 연락하지 못하는 사정을 가진 분도, 생을 마감할 날만 기다리는 분도 모두 내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처럼 여겨진다는 김점중 씨. 그는 "자식들에게나 젊은 이들에게 본이 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천성이 그런가 봐요" 독거 어르신을 돌보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은 처음이었는지 잠시 주춤하던 김 씨가 건넨 대답이다. 그는 현재 독거노인 두 분을 모시고 있고 또 한 분은 형제처럼 지내며 찾아 뵙는다고 한다. 지병이 있는 분은 어떤 약을 드시는지, 언제 병원에 가는지를 챙기고, 안부를 확인하고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고 임종을 지키려 노력하는 일은, 그분을 내 부모로 여기지 않으면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 부모의 안위라 생각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대답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물결처럼 퍼지는 선행 
 홀로 계신 분들이 연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타지에 나가 있거나 사정이 있어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혈육은 그의 선행이 고마울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가족처럼 지내게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가고 선행도 물결이 돼 파장을 만들고 있었다.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진다지만 우리 주변엔 아직도 선의로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는 희망과 따뜻함이 전해진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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