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木(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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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木(5)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5.20 11:06
  • 호수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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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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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고목을 손질하니 오랜 것 또 하나가 
어리는 세월 창에 레이저 빗금 치니 
시어로 새겨 넣는다 내 젊은 나날들

 
 일전에 이웃 분에게 층층나무 고목을 선물 받은 글을 본지에 올린 적이 있다. 이 고목나무의 용도는 선물을 하신 분과 필자의 생각이 동일하다는 뜻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남해시대신문 필자의 칼럼 `나의 고향 나의 삶` 136회 `층층나무 고목 선물`에서 필자가 고목을 선물 받은 경위는 이미 소개드린 바 있지만 이제 그 후에 그 고목나무가 어떻게 변신하였는가에 대해서 쓸 차례다. 이 나무를 세월 머금은 상태로 유지하되 글을 새겨 넣거나 적어 넣을 표피 부분은 다소 깎아 내거나 샌드페이퍼로 매끈하게 닦아내야 한다.   

 필자의 옆집 윤선생의 정원에 이 층층나무가 고목으로 살아 있을 때는 중간에 뻥 뚫린 구멍으로 새들이 드나들며 새끼치고 살았다고 한다. 고목을 다듬는 일은 제법 땀을 흘리게 한다. 전기·엔진 톱으로 그냥 자르고 쪼개서 화목으로 하기는 쉽다. 그러나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고목나무는 이미 시목(詩木)이라 명명하고 필자의 1시집에서 4시집까지 게재된 순서로 적어 넣기로 한 것이기에 목적한 바 그 의미가 다르다. 틈틈이 다듬어 한 달가량 지난 뒤에야 필자의 자작시를 적어 넣을 수 있는 매끈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서투지만 자신의 땀방울이 스민 것은 애착이 가는 법이다. 이미 제작이 끝난 제 시목(4) 까지는 제1시집에서 제4시집까지에서 발췌하여 적어 넣었으나 시목(5)부터는 50년 전에 쓴 시도 들어 있다.
 목각과 문자의 만남, 즉 목간(木竿)의 역사는 멀리 중국을 들먹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2021년 4월, 몽촌토성 북문지 일원에서 발굴된 일이 있다. 대략 469년~541년 고구려가 축조하고 사용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초의 목간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수천 년 목간의 역사와는 비견할 수야 없지만 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오래기는 50년 전의 나의 시를 불러 모아 시목(詩木)이라는 이름의 고목나무에 다시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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