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을이 함께하는 `마을 디자인` 수업 … 주민의견 듣고 정책제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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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을이 함께하는 `마을 디자인` 수업 … 주민의견 듣고 정책제안도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6.24 09:53
  • 호수 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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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공동체를 찾아가다 1
- 오산시마을교육공동체 고현마을학교 프로젝트 수업 현장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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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관련 주제 정해 5~6주간 진행
전문가로서 마을교사, 현장답사 도와

창의성, 협업능력, 민주성 등 미래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주체와 함께하는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모든 곳에서 이뤄지는 학습, 학교 울타리를 넘어 마을과 지역으로 확장되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교육을 돕는 지역사회를 의미하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과 학생뿐 아니라 주민들 역시 지역사회에 필요한 자기 역할을 찾아 성장해가고 이것이 또다른 배움으로 이어지는 평생학습의 모습을 띤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인 남해군은 작은학교 살리기를 통해 인구유입과 지역상생 과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지역사회가 살아나고 주민들 역시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찾고 있는 지역을 소개해 지역상생과 활성화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순서로 경기도 오산마을교육공동체의 고현마을학교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성호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마을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현마을학교 마을교사들.
성호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마을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현마을학교 마을교사들.

  지난 17일 오전, 기자는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위치한 성호중학교 미술실을 찾았다. 이날 이곳에서는 성호중 1학년 4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산마을교육공동체 성호마을교육자치회 소속 고현마을학교 교사들이 `찾아가는 마을교육 동네한바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수업 2차시인 이날 수업에서는 6개 조로 나누어 조별 주제에 따라 성호중 주변 마을 현장을 답사하며 주민 인터뷰, 설문조사, 캠페인, 현장 촬영 등을 진행하고 돌아와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고현마을학교 교사들은 한 조당 1~2명씩 들어가 조별로 선정한 급식, 흡연, 매점, 농구장, 1회용품, 교통문제(신호등 설치) 등의 주제에 따라 마을답사 계획을 점검하고 곧바로 조별 답사를 나갔다.  

신호등 관련 교통문제를 주제로 현장 답사에 나선 학생들이 주민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을답사에 앞서 손희정 마을교사의 지도로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는 학생들.

 기자가 동행한 조의 마을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주변 도로 곳곳에 신호등 미비로 인한 실제 위험성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찾는 활동을 벌였다. 학생들은 사전에 준비한 알림판으로 길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신호등 설치의 필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현장 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시행했다. 이 주제를 제안한 학생은 "학교 근처 마을 교회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코너를 돌던 차를 미처 보지 못해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주민들은 대체로 학생들의 질문에 "어떤 곳은 신호등이 없는 게 낫다"는 등 적극적으로 답변을 해줬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들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사전에 준비한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교사 박근남 씨와 김정애 씨는 학생들이 주제에 맞게 필요한 조사를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마을교사가 답사를 주도하거나 예상 답변을 제시하는 대신 학생들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기다렸다. 답사를 마친 학생들은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까지 무사히 마쳤다. 
 고현마을학교 교사들이 진행한 `찾아가는 마을교육 동네한바퀴`는 5~6주 동안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설문, 인터뷰 등 현장조사를 하고 실제 현장 상황에 맞춰 내용을 정리한 다음 정책 제안서를 작성해 시청에 제출하는 `마을 디자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 수업을 제안한 허순보 성호중학교 미술교사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은 창의성과 협업능력, 민주성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실제 학교 교육과정은 이를 못 따라가는 게 현실"이라며 "마을과 지역의 재능있는 분들이 풀어갈 수 있는 마을교육과정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보완하고, 앞으로 이 지역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지역에 맞는 콘텐츠로 수업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학교교사와 마을교사들은 수많은 회의와 토론을 통해 세심하고 탄탄한 준비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준비되고 검증된 전문가로서의 마을교사들이 학교교과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비결이다. 
 다음 호에서는 현재 오산마을교육공동체 운영위원장이자 고현마을학교 리더인 손희정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산마을교육공동체 형성과정과 마을교사들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들어본다.

마을답사를 마친 성호중 학생들이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마을답사를 마친 성호중 학생들이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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