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거나 괴롭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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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거나 괴롭거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6.24 10:10
  • 호수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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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이 현 숙
칼럼니스트

 몇 해 전 본지(本紙)를 통해 혼인율과 출산율 저하에 따른 우려감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에도 감소 추세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투를 틀어야 어른이 된다는 옛말도 있듯, 혼인은 범부들에게 있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인생의 통과의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참에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혼인 건수는 1980년과 1990년 각각 40만 건 안팎을 기록했으나 2021년 19만2500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출생아 수 또한 1970년 1백만6645명, 2000년 63만4501명, 2021년 26만500명으로 곤두박질했다.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 2021년 0.81명이다.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현상은 먼저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도와 무관하지 않다. 결혼 적령기에 처한 수많은 청년들이 먹고살기만도 버거운 현실에 내몰려 단란한 가정의 꿈을 점점 포기하고 있다. 이때 `파이어족`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노후자금 마련에 전력투구한 뒤 40대에 조기 은퇴하여 인생 후반을 여유롭게 보내려는 이들을 일컫는다.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혹독한 근검절약이나 공격적인 재테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경제적인 홀로서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노후의 행복은 단순히 부를 설계하는 것만으로 보장되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와 획일주의로부터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 또한 한층 높아진 점이다. 게다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맞물려 전통적 혼인제도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다.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고 가족의 개념을 재설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독신은 외롭지만 기혼자들처럼 괴롭지는 않다고 항변하는 이들에게 혼인은 더 이상 필생의 과업이 아니다. 게다가 외로움을 독신자의 전유물이라 치부할 수도 없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 해서 결코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독은 주관적인 감정의 영역이자 내면적 문제이며, `절대 고독`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사실 결혼이건 독신이건 몸소 체험하기 전에는 그 내막과 결말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따라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각자의 신념과 이상에 따라 삶의 행로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온전한 자유를 원한다면 독신이 단연 유리하다. 그에 반해 절반의 자유에 개의치 않으면서 안정적인 노년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결혼이 좀 더 나은 선택지가 될지도 모른다. 인생의 황혼에 외로움을 함께 나눌 반려가 곁에 있음은 축복이다. 또한 자녀는 그 존재만으로 든든한 버팀목이다. 때로 세상 모든 아픔과 시름을 상쇄시킬 만큼의 행복감을 선사하는 자녀야말로 애물단지이자 보물단지임에 분명하다.
 이쯤에서 혼인과 출산이 과연 우리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인지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행복`이란 없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룬 터라 마찰과 대립은 필연적이다.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교육비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청거리고, 금전적인 측면 외에 마음고생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는 출산에 이어 이른바 `독박 육아`로 인한 육체적·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자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부모의 삶을 견고하게 지탱시켜 준다. 엄마가 되어 보면 불완전하나마 아가페적 사랑에 눈뜨게 되고,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는 말의 의미도 새록새록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모성 본능은 하늘이 내린 직분인 출산과 육아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인류의 존속과도 직결되는 역사적 소명이 여성들에게 결코 우연히 부여된 게 아니다. 
 자식의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말할 사람이 세상에 엄마 말고 누가 있겠는가. 자식이 잘되면 당사자보다 더 기뻐할 사람도 바로 엄마다. 그렇더라도 엄연히 독립된 인격체인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엄마의 영어 단어 `마마, 맘(mama, mam)`은 여성의 가슴을 뜻하는 `맘마(mamma)`에서 유래한다. 
 그새 시대가 많이 변했다. 혼인제도나 가족제도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외롭거나 괴롭거나, 선택에 따른 책임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본인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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