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나무 달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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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나무 달이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6.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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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43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커피색 유황냄새 층층나무 달인 물이
당뇨를 다스리고 독성도 없다하니
이웃님 고마운 뜻이 듬뿍 담긴 약탕기

 
 층층나무 고목 한 그루를 이웃 분에게 선물 받고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새들이 드나들었던 뻥 뚫린 공간의 여유는 그대로 살리고 물렁살이 빠져나간 단단한 목질부를 샌딩한 자체로도 벌써 목각의 예술성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미끈하게 닦은 속살에 필자의 자작시를 적어 넣는 작업은 목간의 또 다른 역사성을 체험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더구나 필자의 제 1시집에 발표된 50 여 년 전의 시를 불러내어 적어 봄은 필자에겐 문학적 자성의 계기일 수도 있어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층층나무 껍질의 약효를 알고 있는 필자는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껍질을 잘 모아 두었다. 층층나무 껍질의 성분은 예로부터 몸의 나쁜 피를 없애고 통증을 줄이며 새살이 돋게 하여 종기, 악창에 쓰이고 풍을 없애며 신경통, 관절통증을 그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나무의 껍질에는 타닌이 많은 편이고 유황성분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필자가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에서도 유황 냄새가 코끝을 스칠 정도이다. 이 유황성분이 정력강화, 당뇨병, 해독지혈에 좋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허준의 동의보감은 물론 중국 본초도감에도 나와 있으며 한국 본초도감 저자 안덕균에 의하면 소종작용이 있어 종기, 악창에 쓰이고 신경통 관절염의 통증을 그치게 하며 독성 실험에서 독성이 없는 안전한 나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거친 코르크 층은 먼지나 불순물이 스며 있으니 일차적으로 깎아내어 버리고 속껍질만 따로 벗기면 아주 깨끗하고 부드러운 양질의 약재를 얻을 수 있다. 속껍질을 정성들여 깎아내는 작업은 좀 힘이 들기는 하다. 하지만 약효를 알고서야 이런 유용한 것을 헛되이 취급할 수는 없다. 물에 잘 달여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커피 대신 마신다. 색깔도 커피색과 흡사하다. 좀 떫지만 향긋한 냄새도 나고 상큼한 유황성분의 맛도 느낄 수 있어 마실 만하다. 찾아온 지인에게 약물 한 병과 속껍질 한 단을 선물하니 너무나 좋아한다. 산촌에 들어 이런 약재를 찾아보고 조제법도 익혀 봄은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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