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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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의 미소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6.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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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우크라이나에서 줄곧 음악 공부를 한 첼리스트 톨마쵸바 옥사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딸과 조카의 손을 잡고 피난 길에 올랐다. 그녀는 체코 연주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체코 외곽의 소도시에 거주하게 됐다.
 그녀는 전쟁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때마침 오스트리아 비엔나 음악원에서 유학하고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로 있던 김영근 선생께서 옥사나의 소식을 접하고는 그녀를 한국으로 초대해 작은 공연을 통한 난민 돕기 행사를 시작하게 됐다.
 소식을 접한 이모의 추천으로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지난 19일 화통 카페를 제공했다. 단출한 공연이지만 첼로와 플루트, 피아노 3중주의 향연은 세 발자국 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기에 감동의 크기는 어느 대형무대보다도 더 컸다.
 40~50명의 적은 관중이었지만 걱정과 달리 연주자들은 고운 드레스에 밝은 미소를 띠고 열정적 연주를 했고 관객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선율에 빠져들었다.
 중간중간 전쟁의 고통에 빠진 우크라이나 국민의 소식을 전하는 지휘자의 설명은 지난날 우리의 6·25전쟁과 장면이 겹쳐졌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잃은 연주자들이기에 조그만 공연에도 이렇게나 열정적일 수 있는가 생각했지만, 전쟁 난민인 옥사나의 밝은 미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딸과 조카, 늙은 이모 말고는 모든 가족이 아직도 포화 속에 있건만 연주로 감동을 주며 환한 미소를 띠는 그녀에게선 어떤 아픔도 찾을 수 없었기에 나와 주변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모든 것이 풍족함에도 늘 불안한 우리에게 그녀의 그늘 없는 미소는 오히려 위안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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