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나누며 마을에서 놀자 … 주민 성장이 공동체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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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나누며 마을에서 놀자 … 주민 성장이 공동체 성공 비결"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7.01 10:16
  • 호수 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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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마을교육공동체를 찾아가다 2
인터뷰 | 손희정 오산마을교육공동체 운영위원장·고현마을학교 리더

오산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과 학교, 행정기관이 협업하여 생활권 단위의 마을교육자치를 실현하고 학생과 주민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교육공동체로 2020년 9월에 공식 출범했다. 오산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의 현안 해결을 위한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이를 진행하는 마을학교와 마을연계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인적·물적·사회적 교육자원을 발굴한다. 또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발전을 목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오산시 6개 행정동을 9개의 중학교를 거점으로 한 9개 마을교육자치회로 묶어 초·중·고 교육 벨트화를 통해 마을교육 의제를 논의하며 학교 현장에서 마주하는 교육 현안들을 나누고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넘어선 미래교육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오산마을교육공동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한 성호마을교육자치회 고현마을학교의 리더이자 오산마을교육공동체 운영위원장인 손희정(얼굴사진) 씨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손희정(오른쪽) 씨와 고현마을학교 마을교사들이 성호중학교 프로젝트 수업 [우리마을 디자인하기]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손희정(오른쪽) 씨와 고현마을학교 마을교사들이 성호중학교 프로젝트 수업 [우리마을 디자인하기]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산마을교육공동체의 시작점은 고현마을이라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되었나 = 고현마을은 오산 고현초를 통학권으로 두고 있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2019년에 고현초에 오후 4시 반 이후엔 지역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시민개방 도서관이 개관했다. 그때 지역주민과 학부모, 학생, 학교까지 다양한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 오산 고현초 풀뿌리교육자치모임을 만들고 도서관에 필요한 것을 정하거나 안전 문제 등에 개입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현재 15명의 활동가가 있다. 
 
마을학교 활동가들이 교육 전문가라기보다는 평범한 학부모이자 주민이었을 텐데 어떻게 마을학교를 준비하고 활동해나갔나 = 학부모이자 주부였지만 시작부터 우리 스스로 교육을 통해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책놀이지도사, 반려식물 관리사, 보드게임 지도사 등 각자가 원하는 자격증을 갖추면서 역량강화를 위한 준비기간을 가졌다. 각 마을별, 아파트별로 커뮤니티 공간을 배움터로 명명하고 그 안에서 배워서 나누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그것도 활동가들 임의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마을별 준비위원회의 논의를 통해서 마을 특성별로 어떤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검토한 후에 진행했다. 그래서 마을별로 시행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가을에 고현초에서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오산마을교육공동체 마을지도.
오산마을교육공동체 마을지도.

이것이 고현마을학교의 시작이었겠다. 이후 어떤 활동들을 펼쳐왔나 = 고현마을학교의 활동 주제는 `배우고 나누며 고현마을에서 놀자`이다. 특히 우리는 교육공동체이기 때문에 학교와 뗄 수 없는 관계다. 학교연계 돌봄형 마을학교(고현지키미교실)를 운영하고 고현마을 축제와 프로젝트, 학교 안 교과연계 협력수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3~4학년은 요리가 가장 많아서 아동요리수업을 진행하고 5~6학년은 당시 영상 크리에이터가 워낙 인기가 높아 `나도 크리에이터`라는 영상수업을 했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고현초에서 1학년 대상으로 창의책놀이를, 2학년 대상으로는 반려식물 키우기를 진행했다. 오늘 오전에 진행한 성호중 `우리마을 디자인하기` 프로젝트도 함께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우리가 결정해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프로젝트가 무엇일까를 학교 교사들과 논의해서 결정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진행을 위해서도 회의와 답사 등 많은 사전준비를 한다. 
 
이런 활동들을 위해서는 학교와의 연계가 필수인데 학교 문턱이 높지 않나 = 사실 학교는 문턱이 높아야 한다. 좋은 일을 한다지만 엄연히 우리는 외부인이고 다른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있다. 고현초 도서관 개관 때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런 일들을 통해 학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해왔다. 활동가들도 임원 활동이나 학부모 자원봉사, 각종 연대활동을 통해 신뢰를 쌓고 검증받았기 때문에 문턱이 낮아진 것이지 하루아침에 우리가 학교 문 열어달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다. 2018년부터 필요한 자격증 취득과 교육 등 역량강화와 준비기간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 오산은 교육도시답게 자격증 취득할 수 있는 곳이 정말 많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주민들이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경력단절을 벗어나고 있다. 배우고 싶은 과정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해서 일과 연결하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있다.
 
끝으로 마을교육공동체가 잘 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 내 아이만 키우는 일반 학부모였던 분들이 지금은 다른 아이들과 마을을 고민하는 활동가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저 같은 리더 역할이 필요하고 그들이 끌고 가겠지만 그 다음에는 일반 학부모님들이 성장해 이끌어가고 있다. 꾸준히 이어지는 주민들의 성장과 연대가 마을과 학교와 지역을 살리고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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