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83%가 "오산에서 계속 살겠다"…교육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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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83%가 "오산에서 계속 살겠다"…교육이 만든 기적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7.15 09:49
  • 호수 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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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마을교육공동체를 찾아가다 4

지역이 품는 교육, 백년을 여는 교육
교육적 상상을 실현하는 플랫폼 오산교육재단 2

경기도 오산시 오산교육재단은 마을교육공동체를 넘어 그 공동체들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마을 주민과 시민의 교육과 역량 강화를 통해 마을교사를 양성하고 오산시 전체가 교육이 일어나는 곳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남해군은 인구 4만 2천여 명의 작은 기초지자체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며 지금도 해마다 몇 천 명씩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행정에서는 각종 인구유입정책을 시행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5년 전부터 군 지자체와 교육청의 매칭 투자로 진행해온 `행복교육지구사업`과 경남도와 도 교육청이 함께 벌이는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 등 교육정책을 통해 자녀가 있는 도시의 가족들이 귀촌하면서 학교와 마을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학교와 마을과 행정이 힘을 모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평생교육이 이뤄지며 또 이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선순환되는 남해군이 된다면 교육이 지역을 살리는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앞서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오산시 마을교육공동체와 고현마을학교의 사례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마을과 학교, 지자체와 교육행정을 잇는 플랫폼이자 민·관·학 중간지원조직인 오산교육재단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오산교육재단은 고현마을학교와 같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지원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방문한 오산성호중학교에서 마을교사들이 `마을 디자인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모습.
오산교육재단은 고현마을학교와 같은 마을교육공동체를 지원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방문한 오산성호중학교에서 마을교사들이 `마을 디자인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모습.

"핀란드 교육 견학,
  눈이 번쩍 뜨였어요"

 조기봉 재단법인 오산교육재단 상임이사는 재단의 교육과 사업이 핀란드 교육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말한다. "2011년 경기도 혁신교육지구에 오산시가 선정되고 나서 교육을 살리자고 뜻을 모은 국회의원, 시공무원, 교사, 시민 등 25명이 자비로 핀란드 교육을 보러 가자고 했어요. 핀란드 학교와 교육을 본 제 소감은 심청이 아버지가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본 그런 심정이었죠. 그 뒤로도 핀란드를 두 번 더 다녀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핀란드에서 하는 것을 대부분 오산에서 하고 있지요."
 오산교육재단이 시행하는 대표적인 사업들 가운데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민참여학교다. 시민참여학교는 오산시의 생태,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자원을 교육현장으로 활용, 교과연계 체험학습을 현장형, 교실형, 온라인형으로 제공하는 배움이 즐거운 학교다. 초등 시민참여학교와 중학교 시민참여학교, 마을나눔 시민참여학교 45곳이 지정돼 있다. 현장형의 경우, 학교별로 학급 담임교사가 재단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재단에서 지원하는 버스나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가서 마을강사들에게 즐겁게 배우면 된다. 이렇게 연간 2천회 정도 시민참여학교가 진행되며 버스비용만 2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마을강사·시민 참여로
교과연계·진로체험 교육

 "시민들로 이뤄진 마을강사, 이들이 없으면 오산교육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어요. 첨단의 메타버스, 드론, 로봇 등 학교에서 필요하거나 부족한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마을강사들이 채워줍니다." 오산 프로그램의 특징은 절대로 이벤트로 하지 않고 길게는 한 학기 단위로 시행하며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돼 있다. 그래서 마을강사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수업할 수 있고 아이들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마을교사들을 만나니 더 좋아한다고 한다.
 또 오산시 9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직업체험 미리내일학교도 운영한다. 2학기 금요일에 중1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하다가 일주일에 한 학교씩 빵집, 카페, 꽃집, 자동차정비소 등 오산 시내 100여 군데의 진로체험처에 나간다. 이때 사전교육은 물론 이동수단도 재단에서 지원한다. "체험처는 물론 버스, 택시기사님들의 역할도 정말 중요해요. 그날 하루 돈은 안 되지만 아이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교통정리, 운행까지 기꺼이 해주지요."
 
9개 중학교 거점
마을교육자치회 운영

 2020년 9월에는 재단 주도로 마을교육공동체지원조례를 만들어 마을교육공동체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마을교육공동체가 합법적으로 지원받으며 활동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오산시는 6개 행정동 단위가 아닌 9개 중학교를 거점으로 하는 9개 마을교육자치회로 묶어 마을학교, 방과후 돌봄 등 학교와 마을이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활동은 작년부터 시작해서 아직은 미약하지만 각 마을 운영위원회가 다달이 모여 회의하고 그 내용을 운영위 대표들이 센터로 가져와 다시 협의하고 계획을 만들어 성패에 상관없이 필요한 예산이나 물적 자원을 지원해줍니다."
 이외에도 교사들을 위한 찾아가는 교원 아카데미,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오산국제포럼, 1인 1외국어교육, 학생진로이력제 구축 등 특색있는 사업이 정말 많다. 또 오산시가 직접 운영하는 평생교육도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인적자원을 재단과 연계하고 있다.
 이렇듯 시민이 배움을 얻고 이를 통해 학교와 지역에 되돌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오산교육의 특장점이라고 조 상임이사는 강조한다.  
 오산시는 이렇게 교육도시 실현을 통해 10년 전만 해도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경제 여건만 되면 떠나는 인구 10만의 특색없는 도시에서 지금은 인구 23만 명에 2030세대 인구가 많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2013년 정주성 조사에서 `오산에서 계속 살겠다`는 응답이 34%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84%까지 뛰어올랐어요. 그 요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교육`으로 나타났고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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