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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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를 보내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7.15 10:14
  • 호수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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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46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산 까치 날아들면 잡아먹힐 신세지만  
태평양 건너서 온 그 사연이 갸륵하다
죽어도 살라함이니 이를 어찌 하리오 
 

 제비 한 쌍이 찾아 들어 집을 지을 때 문득 어릴 적 생각을 떠올리고 반가이 맞았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가정이 화평하고 복이 온다고 하여 반가이 맞던 필자의 선대 어른들이셨고 그러한 정서는 어느 집안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을 짓지 않는 해는 할머님께서 필자에게 눈길을 주시며 식구 중에 범띠가 있으면 제비가 집짓기를 꺼려하신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오히려 손자가 범띠로서의 기상을 가졌다면서 은근히 자랑삼아 말하시곤 하셨다.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지으면 길조라 여기는 일은 그렇다 치고 필자는 우선 사람을 겁내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믿고 찾아 드는 그 습성에 친밀감을 갖는 것이다. 어릴 적만 해도 봄부터 가을까지의 제비의 군무는 하늘을 까맣게 덮을 정도였는데 요새는 제비 보기가 참 어렵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간혹 몇 마리가 마을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환경오염이 덜된 곳이니 그나마 제비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알을 낳았는가 싶더니 곧 새끼들이 얼굴을 내밀고 노란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를 노리고 산까치(어치)가 날아든다. 이웃 사람들의 말로는 새끼를 쳐도 십중팔구 산까치에게 희생된다고 했다. 태극권 붉은 부채를 접었다 펴는 소리에 기겁을 하고 이틀 정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산까치를 비롯해 온 갖 새들이 놀라 달아나는데 제비는 오히려 안도감을 갖는 듯하다. 제비가 운이 좋았던지 필자가 지켜줬음인지 제비 새끼는 무럭무럭 자라 이소하는데 성공하였다. 제비집 밑에 판때기를 받치지 못할 천정의 구조라 날마다 마루에 떨어지는 똥과 비늘과 털은 물론 곤충의 잔해까지 청소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이렇게 이소에 성공하니 마음 한 편으로는 즐거운 마음이다. 
 그런데 새끼를 다 키워 날려 보낸 제비 부부는 또 알을 품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출입문이 아닌 야외 식탁위의 천정이다. 판때기를 받칠 수 있어 청소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어치로 부터의 공격에는 더 노출된 곳이다. 알을 품은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어치가 떼로 날아들어 주변을 맴돈다. 데크에 나가 태극선을 휘두르며 크고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니 혼비 백산 끼룩거리며 달아나기는 했는데 며칠 후면 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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