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홀로 외로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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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홀로 외로울 적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7.22 10:46
  • 호수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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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삶 147
碧松 감충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 / 칼럼니스트

대웅전 추녀 끝에 풍경소리 뎅겅뎅겅
석간수 졸졸 흘러 산중 음률 솟는구나
그 속에 보리수 열매 흐드러진 춤사위 

 
 마을 남쪽 산기슭에 용화사란 절이 있다. 벼락 맞아 쓰러진 노송에서 목각의 소재가 될 만한 부분이 많아 산주의 허락을 받고 작업에 들어갔다. 임도에 가로로 드러누운 노송을 몇 군데 잘라내어 우선 임도의 통행을 소통시키니 산주도 좋아라했다. 산주는 나무 전체를 화목으로 쓰라고 했으나 소나무는 그을음이 심해 황토방에 설치된 난로에 쓰는 화목으로 적당치 않아 가마솥용으로 조금 쓰기로 했다. 소나무의 해체작업을 위해 산을 오르려면 용화사 옆을 지나야 한다. 절간 입구의 돌확에 석간수가 흐르고 있어 목도 축이고 절구경도 할 겹 대웅전 앞 돌계단에 합장하고 절을 돌아보다가 절을 관리하시는 분을 만났다. 용화사 주지스님의 남편 되시는 분이었다. 서로 통성명 하고 차 한잔 대접 받고 절밥까지 권하시는 바람에 오랜 대화의 시간을 이어 가기도 했다. 나는 그분을 추 선생이라 호칭하고 그분은 필자를 감 시인이라 호칭했다. 그뒤 주지 스님과 추선생에게 필자의 시집을 선물했더니 주지 스님은 소장했던 금강경 한 권을 답례하신다. 그날도 차 한잔에 깔끔하고 청결한 절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나오다가 보니 대웅전 옆에 보리수나무의 열매가 발갛게 익어 있었다. 큰 나무에 어찌나 많이 달렸는지 보기에도 아주 좋았다. 추 선생은 좀 있으면 다 떨어져버리니 필요하면 다 따가라고 했지만 몇 줌만 따서 먹었는데 새콤하고 달콤한 게 맛이 아주 좋았다.
 며칠 뒤 아내는 아내의 친구이자 필자의 6촌 여동생과 또 다른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동네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한 바퀴 돌고 마지막엔 용화사로 갔다가 추 선생을 만났다. 보리수나무 열매가 다 익었는데 모두 따가라고 하시면서 자루까지 주셨다. 많은 양을 따가지고 집으로 와서 나누어 먹고 나머지는 발효 작업하여 두었는데 1년이 지났다. 맛을 본다. 발효가 끝난 발효액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이미 알코올까지 생겨나 마신 뒤에는 알딸딸하게 취한다. 그 뒤 추 선생이 놀러왔을 때 차 한 잔 나누며 보리수 열매 발효액도 권하고 작은 병에 넣어 주지 스님께도 선물하였다. 동네에 절이 있어 이런 인연도 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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