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도다
상태바
비가 오도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7.22 10:46
  • 호수 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아버지께서 단칸방 작은 창문 사이로 들이치는 비를 보며 어린 나에게 비가 몇 도인지 물어보셨다. 긴 장마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눅눅해진 이불과 방 안의 습도에 지친 어린 나는 마땅한 대답을 못 찾고 "비가 항상 온도가 같나요?"라며 되물었다. 아버지께서는 "비가~오도다"란 유행가 한 소절을 부르며 비가 오도다며 웃으시는데 길어진 장마에 날 일을 나가지 못하고 생계를 걱정하는 눈빛이 느껴져 작은 마음에도 그때의 농담이 깊이 자리 잡았다. 
 비가 내리든 가뭄이 들든 직접 영향이 없을 것 같은 요즘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줄어드는 저수지를 보거나 마른 논을 볼 때면 걱정이 드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있어 주변의 고통이 언젠가는 나에게 파도처럼 와서 닿을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기상이변으로 해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는 요즘 서서히 느껴지는 기후의 변화보다 내리는 비의 변화가 농민들에게는 더욱 민감하리라 생각한다. 
 올해도 장마 기간 중 기대한 만큼의 비는 내리지 않았다. 말라가는 저수지를 보며 모두 걱정하는 이때 내린 어제의 비는 누구는 단비라 하고 어떤 이는 복비라 부르는 것을 들으며 우리의 삶도 필요할 때 내리는 비처럼 아름다웠으면 하고 생각했다. 
 한 방울도 귀한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가 도로나 바위에 내려 우선은 의미 없어 보여도 내리며 창공을 정화하고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지하수에 합류하거나 바다로 양분을 보내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여 가치를 증명한다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움직이는 몸짓 하나하나가 가뭄의 단비처럼 몸짓의 끝이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향하기를 희망하는 요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