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에 월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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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8.05 11:25
  • 호수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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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담 밑 봉숭아꽃과 길을 걷다 만나는 이름 모를 수많은 꽃 중에 이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마는 특히 나는 배꽃과 복숭아꽃을 좋아한다. 봄을 알리는 수많은 꽃 중 배꽃과 복숭아꽃을 더욱 좋아하는 이유는 과일 중 가장 좋아하는 배와 복숭아를 잉태하는 꽃이기 때문이리라.
 한입 베어 물기도 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한 향과 과즙이 느껴지는 두 과일을 탄생시키기 위해 피는 두 꽃은 자태마저 아름다워 시인의 소재로 자주 쓰이곤 했다. 과일이 열리기까지 배나무와 복숭아나무의 전성기는 꽃을 피웠을 때이다. 바라보는 이들 모두 꽃의 향기와 자태는 칭송하지만, 뿌리와 가지 그리고 잎의 노력과 아름다움을 말하는 이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땅 밑에서 양분을 흡수하고 비바람을 이기게끔 지탱하는 뿌리가 없다면 과일과 꽃은 존재조차 없을 것이다. 줄기와 잎 또한 광합성을 하고 양분을 나르며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기에 꽃은 아름다움을 칭송받고 과일도 맺을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 비슷한 구조로 보인다.
 일반 소시민이 묵묵히 일하며 소리 없이 사회에 양분을 보급하고 위기 때마다 튼튼한 뿌리와 가지가 돼 지금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열매를 만들고 있다. 이 열매를 달고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 꽃의 역할로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선출된 꽃들이 아름답다는 칭송에 빠져 오랫동안 꽃피우는 것에만 열중할 뿐 본연의 임무인 유익한 과일을 맺는 것을 등한시하는듯하여 주변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추세이다.
 화무십일홍이라 아무리 아름다워도 때가 되면 져야 한다. 꽃의 의무는 열매를 잉태하는 일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비로소 지고 난 후에도 향기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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