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분노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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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분노하였을까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9.02 15:34
  • 호수 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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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도로 위 전복된 화물차에서 쏟아버린 과일이나 음료를 지나는 운전사와 승객들이 모두 주워 달아나 버리는 장면을 가십 기사에서 몇 번 보았다. 다행히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웃어넘겼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뉴스나 방송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만행들에 가까운 일들을 보며 우리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위로해도 간혹 주변이 달라 보이는 건 그 모든 사건이 그리 멀리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돌아보면 사실인지도 모를 한가지 이야기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지금도 간혹 생각나곤 하는데, 사건 속 그녀가 누구에게 더 분노했는지 해답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국민 대다수는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모 나라에 미모의 여성 운전사의 버스는 사건 당일도 만석이었다. 버스 출발과 동시에 불량한 서너 명의 남성들은 여성 운전자를 희롱하기 시작했지만, 승객들은 혹시 모를 피해를 두려워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외면했다. 급기야 한적한 외곽지에 다다르자 불량배들은 미모의 여성 운전자를 차에서 끌어 내려 성추행을 했다. 이 과정에 중년의 한 남성만이 이를 제지하려다 폭행을 당했고 남은 승객은 끝내 외면했다. 
 불량배들은 추행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그녀에게 운전을 강요했고 그녀는 아까 말리던 중년 남자에게 버스에서 내릴 것을 요구해 하차시키고는 출발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음 버스를 타고 가던 중년 남성은 앞서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버스가 절벽에 떨어져 한 명의 생존자도 없는 현장을 지나며 그녀가 죽음을 작정하고 자신만 구한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지금 그녀의 분노가 향한 곳이 불량배인지 방관하는 우리였는지 생각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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