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8번째 추석맞는 다문화가정 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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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8번째 추석맞는 다문화가정 엄마 이야기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2.09.15 14:33
  • 호수 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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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만난 사람들 │ 통·번역사 한희영 씨

음력 8월 15일, 한국에서는 추석이나 한가위로 불리는 중추절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유교문화권이면 공통적으로 명절로 삼는다. 베트남은 추석을 `쭝투`, `뗏쭝투`라 하는데, 한국과 달리 온 가족이 모이는 큰 명절로 여기진 않으며 공휴일도 아니다. 
남해살이가 벌써 8년차인 귀화인 한희영 씨(28·벽련마을)가 맞는 추석은 어떤 모습일까? 남해군가족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한희영 씨를 만나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베트남의 `쭝투` 이야기와 남해살이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다문화엄마 한희영 씨가 근무 중인 남해군가족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다문화엄마 한희영 씨가 근무 중인 남해군가족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베트남의 `쭝투`,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요 = 제 고향은 베트남 하노이 근처, 하이퐁이란 곳인데, 베트남의 추석, 그러니까 쭝투는 우선 공휴일이 아니에요. 가게나 은행, 학교도 다 일을 하고 한국처럼 타지에 나가있는 가족들이 한데 모이지도 않고요. 어린이를 위한 날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쭝투를 어린이날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쭝투에는 월병과 과일을 나눠먹고 저녁엔 용춤, 사자춤을 추는 축제가 열려서 동네 아이들이 각색의 등을 들고 모두 모여요. 그날 하루만은 아이들의 축제예요.

왼쪽부터 한희영 씨와 딸 유나, 남편 이현옥 씨.
왼쪽부터 한희영 씨와 딸 유나, 남편 이현옥 씨.

 베트남은 평소 농사일로 바빠 소홀했던 어린이들에게 쭝투날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호치민 주석이 오랜 전쟁을 겪으며 생겨난 수많은 고아들을 위해 이날을 어린이날로 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후로 쭝투는 명절이자 어린이날이 됐다고 한다.
 
한국의 추석이 많이 낯설었을 것 같은데요 = 네, 한국에 와서 처음 맞은 추석은 신기했어요. 멀리 나가있던 가족이 다 모이고 전통음식도 많이 준비했어요. 베트남에선 추석보다 설날을 더 크게 치러왔기 때문에 가족을 중시하는 이런 모습이 낯설었어요. 명절음식 준비하는 것도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친척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저도 적응이 됐나봐요. 가족이 모이면 즐거워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어땠는지 = 남해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는 한밤중이었는데, 가로등이 없었고 주변이 너무 캄캄해서 좀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데 자고 일어나 대문을 열고 나왔는데,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고 조용한 것이 고향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맞아 주신 덕분에 적응하기 쉬웠어요.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를 가졌는데, 음식에는 빨리 적응이 안 돼서 입덧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 아이가 딸 유나예요.

베트남의 중추절, 각양각색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긴다.(사진: LaoDongTV)
베트남의 중추절, 각양각색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긴다.(사진: LaoDongTV)

 한희영 씨의 고향 하이퐁은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수도 하노이에서 두어 시간이 걸리는 곳에 있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이다. 그녀가 상주면 벽련마을에서 베트남의 고향을 떠올린 것은 조용하고 목가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새로 보금자리를 트는 다문화가정 엄마들에게 = 가족센터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프로그램이 다양해요. 국적이 달라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엄마들끼리 마음이 통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서 좋아요. 그 인연으로 프로그램이 끝나도 계속 연락하며 지낼 수 있고요. 그리고 한국말을 빨리 익히는 게 좋아요. 드라마나 음악도 도움이 되는데 듣기만 해서는 늘지 않기 때문에 가족센터를 적극 이용하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생업 때문에 참여하기 힘든 분들도 있어서 안타까워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아기 아플 때 병원이 가깝지 않아 가장 힘들었어요. 대신 공기가 맑고 환경이 좋아서 아이들에게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온다면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남해로 오라고 하고 싶어요. 다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문화 엄마들도 정말 열심히 사세요. 능력도 있고 한국말도 잘해서 많은 좋은 일자리를 바라지만 기회가 많지 않아요. 외국에서 왔다고 못할 거라 생각하지 말고 믿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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