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언니네텃밭, 제철 농산물 꾸러미 사업 12년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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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언니네텃밭, 제철 농산물 꾸러미 사업 12년째 운영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9.15 15:28
  • 호수 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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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현장 동행취재 │ 남해 여성농민들 함안 언니네텃밭을 가다

지역먹거리가 지역을 살린다. 이를 모토로 2020년 남해군 푸드플랜이 수립됐다. 푸드플랜이란 먹거리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 순환시스템을 통해 지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도농상생, 지속가능한 먹거리 산업을 도모하는 먹거리 종합전략이다. 남해군은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한 공공급식 식재료 공적조달체계 강화와 중소농가 기획생산 조직화, 농산물가공지원센터 운영을 통한 남해농산물 가공산업 활성화 등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참여농가 수 부족, 지역먹거리 수요창출의 한계, 로컬푸드 매장 등 지역농산물과 먹거리 판로 부족, 이를 통합적으로 논의할 민관 거버넌스의 부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지역의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과 이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남해군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과제를 풀어야 하는지 앞으로 3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나락 안 넘어지고 배 안 뒤집어지고 지붕 안 날아가게, 태풍이 약해지든 비켜가든 하게 해주세요. 아멘~, 나무관세음보살."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 지역에 큰 피해를 예고하던 지난 3일 토요일 아침 남해 여성농민들은 대절버스를 타고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함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태풍에 걱정이 한가득, `하느님, 부처님`께 기도도 올려보지만 모처럼 바쁜 농사일을 벗어나 이웃인 함안 언니네텃밭 살림살이도 배울 겸 나들이를 나선 터라 `언니들` 얼굴에 연신 미소가 피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새지매공동체를 비롯한 남해 여성농민 18명이 지난 3일 함안 언니네텃밭 아라씨앗드리 공동체를 찾아 견학했다.
새지매공동체를 비롯한 남해 여성농민 18명이 지난 3일 함안 언니네텃밭 아라씨앗드리 공동체를 찾아 견학했다.

"품목·꾸러미 개수 결정은 신중하게" 
 남해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주최, 언니네텃밭남해새지매공동체(대표 박옥선) 주관으로 남해여성농민회 회원과 남해토종종자사업단 회원 등 18명이 지난 3일 경남 함안군 여항면에 자리한 언니네텃밭 아라씨앗드리 공동체를 찾았다. 이번 탐방길에서 남해새지매공동체와 여성농민들은 김부각 만들기 체험을 하고 남해 단호박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예정이다.
 사실 김부각이든 단호박, 감자칩이든 만드는 일 자체는 주부9단 여성농민들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터. 다만 직접 생산한 농산물 중 어떤 품목을 낼지 모여 회의하고, 이를 적정하게 꾸러미로 만들고 결산을 통해 수익을 나누는 등 노동과 운영을 함께 해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날 탐방의 목적일 게다.   
 함안군 언니네텃밭 아라씨앗드리 공동체(대표 김순연)는 조합원 6~7명, 출자조합원 10명인 작은 조합이다. 그래도 12년째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과 가공품을 담은 꾸러미를 연중 52주 가운데 48회 정도 전국 30여 가정으로 공급하는 저력의 `언니네텃밭` 생산자공동체다. 여성농민이 직접 생산한 우리 콩 손두부와 유정란을 기본으로 반찬, 간식, 제철 채소를 포함해 8~10가지 제철꾸러미를 싸서 도시 소비자들에게 보낸다.
 정은미 사무국장은 "꾸러미를 가장 많이 만들 때는 80개까지도 만들어봤다. 꾸러미 개수가 적을 때는 몰랐는데 이게 많아지니 수익 격차가 생기면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며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이런 일에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생산자 한 명당 한 10가구 정도를 책임지도록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조합원 한 명당 월 평균 수익은 60~70만원 선 적게는 월 4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꾸러미 공동체를 유지해나가는 데는 어쨌든 소통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라씨앗드리 공동체는 제철꾸러미 사업 외에도 토종종자 지키기, 공동체 지원농업(CSA), 소비자·생산자 교육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타 지역 사회적경제 단체와 교류하고 함안 로컬푸드 매장과 지역장터에도 생산물을 내고 다랑논 보존사업을 하고 지역아동센터나 먹거리 취약계층에 김장 등 질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부각 만들기 체험 뒤에는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전 사무총장으로부터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바로 알기 강연을 들었다. 

김부각 만들기 체험.
김부각 만들기 체험.

남해 새지매공동체의 `언니네텃밭`
 언니네텃밭의 정식 명칭은 `언니네텃밭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전체 농업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농민의 권익보호와 지위 향상을 위해 지역별 공동체를 구성해 소규모 텃밭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원칙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 생산한 제철농산물은 꾸러미에 담아 도시 소비자에게 보냄으로써 생태농업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받는다. 
 남해에는 새지매공동체가 `언니네텃밭` 사업을 한다. 새지매공동체는 2018년 삼동면 여성농민들이 모여 결성했다. 남해 여성농민들의 생산자공동체이자 질 좋은 지역 농수산물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장터공동체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2020년부터는 언니네텃밭 사업으로 남해 소년소녀 가장과 조손·한부모 가정 등 먹거리 취약계층에 농산물·반찬 나눔꾸러미를 전달하며 지역 먹거리 선순환 운동과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구점숙 남해 새지매공동체 사무국장은 "연잎밥, 단호박칩, 달비김치 등 여성농민들이 가꾼 텃밭 농산물로 꾸준히 질 좋은 지역 먹거리를 발굴해 사업화할 계획"이라며 "농산물가공센터 교육도 받고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을 통해 가공 거점공간을 마련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해 여성농민들은 함안 언니네텃밭 공동체 탐방을 마치고 고성 옥천사에 들른 다음 다시 대교를 건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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