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면서 눈앞의 길, 꽃, 식물 모든 풍경이 새롭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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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면서 눈앞의 길, 꽃, 식물 모든 풍경이 새롭게 보여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9.16 10:14
  • 호수 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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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전 구상부문 입선한 `산책`의 화가 양복심

 

 

 

전 상주중 미술교사이자 `달동네` 연작의 엄경근 작가가 이끄는 `엄살롱`이 결성 5년차를 맞으면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8년 결성된 `상주엄살롱`은 회원이 늘어나며 `남해엄살롱`으로, 진주시 회원들을 위한 `진주엄살롱`으로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회원들을 중심으로 단체와 개인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각종 미술 공모전에서 입상했다는 낭보를 전하는 회원도 속속 등장한다. 한 미술교사의 재능나눔으로 시작된 학부모·주민 미술동아리가 차츰 지역 화가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성실히 작가로서의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엄살롱`의 회원 두 사람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양복심 씨는 엄살롱 2기 회원으로 붓을 잡은 지 3년밖에 안 된 `초짜` 화가다. 그런 그가 올해 열린 제4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 부문에서 입선했다. 푸르고 낭창한 대나무숲 산책길을 수려하게 그려낸 100호 유화 작품 `산책`이 수상작이다. 
 양복심 작가는 미조면에서 남편 손상용 씨와 함께 삼거리참기름떡집을 운영하며 대학생인 두 딸을 키우는 대찬 `생활인`이다. 그런 그가 3년 전 엄살롱 동기인 친구 송현숙에게서 엄살롱에 그림 그리러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어찌 된 일인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따라나섰다고 한다. 보통사람이 그렇듯이 그도 학창시절을 빼고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고작해야 인근 초등학교에서 주민 대상으로 여는 한 달짜리 POP 손글씨쓰기 수업을 들은 게 전부라고. 
 "그림은 취미활동으로 시작했어요. 일이 바쁘고 작업실에 그림 그리러 오는 횟수가 적어 작품 수는 손으로 꼽아요." 그는 입선작 `산책` 외에 지금까지 10여 점 정도를 그렸다. 
 2020년 엄살롱 2기 회원으로 그림에 입문한 양복심 씨는 스케치 기초부터 배웠다.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는데 자기 안에서 큰 재미와 열정이 느껴졌다고. "처음엔 어반스케치든 수채화든 2~3점 정도만 그려보고 넘어가니까 배움이 얕다고 할까, 심도 있게 배우지 못한 듯해서 조금 아쉬웠지요." 그래도 엄경근 선생의 세심한 가르침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 부족한 부분은 틈틈이 메워가야 할 자기 몫의 배움일 터.  
 대작인 `산책`은 1년 동안 그렸다. 처음에 명암을 조절할 때 엄경근 선생이 색이 너무 밝으니 조금 어둡게 하자고 조언해줬다. 대나무를 그릴 때도 선 긋는 것보다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의 표현을 통해 입체감을 주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이 작품으로 공모전 응모 두 번 만에 입상했다. 안산 예술의전당에서 입선작 전시회도 했다.
 작업실에 오면 회원들하고 `수다만 떨다` 갈 때도 많았다. 그러다 마음이 잡히면 어느새 캔버스 앞에 앉아 그림에 몰두했다. 이렇게 모여 그림 이야기, 사는 이야기 나누는 일이 재밌어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아마 혼자서 했다면 힘들어서 포기했을 거예요." 
 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도 운동하러 가는 활달한 성격의 양복심 씨는 남해군에 2개밖에 없는 여성 족구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원래 풋살을 하다가 몸에 무리가 가서 5년 전쯤 미조면 족구클럽 `오합지졸`에 입단했단다. 올해는 남해읍 `에버로즈` 선수들과 한 팀을 이뤄 지난 5월 열린 경남족구대회에 군 대표로 첫 출전도 해봤다. 
 초보 화가 양복심 씨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여태까지 다를 것 없던 일상에서 새로운 돌파구라고 할까요. 원래 운동을 좋아했는데 정적인 미술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야도 열리고 풍경 하나를 보더라도 시선이 달라졌어요. 이제 그림이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아요." 
 `산책`을 그리고 난 이후로는 식물, 꽃, 길이 나 있는 숲길을 많이 그리고 있다. "길에는 뭔가 매력이 있어요. 일단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 들고 저 길 너머에 새로운 게 있을 것 같은 상상력도 발휘되거든요. 당분간은 이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림으로 앞으로의 삶에 좋은 동반자를 만난 것 같다는 양복심 작가는 자신처럼 뒤늦게 무언가에 도전해보려는 이들에게 말한다. "일단 시작하세요. 하다 보면 정말 뜻밖의 선물이 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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