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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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삶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09.26 17:14
  • 호수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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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감상 │ 서관호 시조시인

일출
붉은 옷 황금구슬 허리에 둘러메고
동녘 산마루에 융단을 깔아주니
반야의 밝은 미소가 새 아침을 여누나.

무지개
지루한 여름날에 소나기 긋고 간 뒤 
하늘 끝 산마루에 칠 선녀 앉았구나
지나던 구름 총각이 댓바람에 껴안네. 


우리 님 밥상 위에 호박전 부쳐놓고
젓가락 칼질하여 반쪽을 나눴더니
머리 위 놀던 달님이 내 입 속에 호로록.

                             - 정정선

 


서  관  호시조시인
서 관 호
시조시인

시조 감상

인간은 우주의 일원이기에 작은 우주라고도 합니다. 우주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온갖 조화가 인간을 잉태하고 존재하게 하기에 태양은 더욱 눈부시고 달은 더욱 온화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겁니다. 인간은 우주의 부속물이기도 하지만 우주를 다스리는 우주의 주인이기도 하기에 달과 화성 등 가까운 천체부터 정복을 시도하였고, 예술은 온갖 천체를 마치 떡을 주무르듯 희롱하지 않던가요? 
정정선은 <일출>을 `반야의 밝은 미소`에 비유하였군요. 인간에게 인간의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해님보다 너그러운 그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을 한없는 자비라고 느끼는 듯합니다.
<무지개>는 `칠 선녀`니까 총각의 사냥감이라는 생각, 그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지개는 우주의 한 현상이고 이것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문학은 사물을 주무르는 마술이니까요. 
<달>은 시인의 상상 속에서 호박전으로 변신합니다. 빛깔도 노란데다 둥글기도 달 모양이라 그 온화하고 넉넉함이 `우리 님 밥상 위에`가 영판 제 자리입니다. 꿈에 달을 삼키면 태몽이라고도 하지요. 시인의 상상은 달을 삼키고 있으니 독자들에게 따라 해보고 싶게 하지만 꿈만 같은 경지라서 몽롱한 미소만 머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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