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뜰에 놀러오세요 │ 글·그림 김형득
딸이 자리를 뜨자
잽싸게도 그 자리에
기다림이 차고앉았다
서울행 버스가 떠난 터미널
눈곱이 낀 늙은 형광등 아래
다리 얇은 플라스틱 의자는
이별이 무거워 여기저기
삐걱삐걱 울고
배웅을 마친 아비는
튀어나온 무릎을 뚝뚝 분지르며
버스를 등진다
다 큰 자식 떠났다고
눈가가 젖는 건 아닐 터
남쪽 바다를 떠돌다가
중심이 허전해져 버린
저기압의 빈 무게가
검버섯 시작되는 살을 짜내어
몰래 우는 눈물조차 탈수시키는 모양이다
저녁에는 비가 올랑갑다
딸이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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