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출신 백시종 작가,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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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출신 백시종 작가,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수상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0.04 09:59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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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황무지에서』, `산림녹화` 작품화
왕성한 창작에 문학상 수상 낭보 이어져
백시종 작가
백시종 작가

 남면 평산 출신 백시종(78·경기도 양평 거주) 소설가가 제15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0월 1일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리며 수상자는 상패와 상금 2천만 원을 받는다. 
 이병주국제문학상은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의 작가 나림 이병주(1921∼199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은 국내·외 문학작품 중 역사성과 이야기성을 갖춘 작가와 문학사적 의미와 성과를 보유한 문학 관련 기관에 수여된다. 
 이병주 선생 서거 30주기를 맞는 올해 대상 수상자인 백시종 작가는 김동리의 인간 구원과 김유정의 해학, 채만식의 서사성을 겸비한 작가로 알려졌으며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세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상 수상작인 『황무지에서』(2021)는 그의 34번째 장편소설로 그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우리 역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치르면서 민둥산과 황무지로 뒤바뀐 우리 국토를 일생을 바쳐 산림녹화 사업을 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엮어내는 시대의 아픔과 사랑 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된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시대의 아픔과 애환으로 점철된 삶의 현장을 직시하며 더 높은 가치인 진정한 화합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백시종 작가는 1967년 동아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비둘기」, 「둑 주변」이 각각 당선돼 등단했다. 2002년 「이과수」로 제10회 오영수문학상, 2003년 「논개」로 제7회 서포문학상, 2004년 「서랍 속의 반란」으로 제2회 채만식문학상을 비롯해 꾸준히 수상을 이어갔다. 또 2020년에는 장편소설 『누란의 미녀』(2019)로 제23회 김동리문학상과 장편소설 『호 아저씨를 기다리며』(2018)로 황순원문학상양평문인상을, 2021년에는 장편소설 『여수의 눈물』(2020)로 세종문화상 예술 부문(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 24일 남해도서관에서 만난 백시종 작가는 자신이 겪은 우리 근대사와 소설 내용을 중심으로 초청강연을 했다.
지난 24일 남해도서관에서 만난 백시종 작가는 자신이 겪은 우리 근대사와 소설 내용을 중심으로 초청강연을 했다.

지난 24일 남해서 `근대사 기억` 강연
 한편 백시종 작가의 초청강연이 지난 24일 경상남도교육청 남해도서관(관장 류지앵)에서 열렸다. 백 작가는 `왜 우리는 잊혀진 근대사를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은 우리의 아픈 근대사를 다룬 백 작가의 『황무지에서』와 『여수의 눈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백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소개하며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와 4·19,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경험자로서 우리 근·현대사를 겪고 성찰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1944년 4월에 남면 평산에서 출생한 백시종은 그해 11월 어머니를 따라 아버지가 사업을 하던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해방을 맞아 다시 남해로 왔다. 농사를 못 짓던 아버지가 일자리를 얻어 1947년 여수로 이사했고 백시종 작가는 5세 무렵이던 1948년 여순반란 사건을 겪게 된다. 백 작가는 "세상이 이상했다. 어렸던 우리는 총을 맞고 죽은 시체를 예사로 넘어 다니며 놀았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 용납되는 이상한 시대였다"며 "당시 1주일 만에 1만2천명이 죽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죽은 이들이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죽으면 빨갱이가 되는 시대였다"며 "이 근대사의 아픔을 기록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여수의 눈물』이다. 
 청소년기에 영화를 많이 보고 그림을 잘 그렸던 청년 백시종은 가난한 형편 때문에 전공이던 그림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신 동아일보 등 신춘문예에 응모해 소설가로 등단했다. 7남매 집안의 장남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므로 현대건설 등 여러 직장을 다녔고 은퇴한 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백 작가는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의 말을 인용해 "소설은 실내장식이 아닌 건축물"이라며 "작가로서 내가 살고 경험했던 시대의 흔적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무지에서』를 쓴 동기로 "박정희 대통령은 친일과 독립군 탄압, 유신독재 등 우리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수없이 저질렀지만 근대를 거치며 황무지가 된 우리 국토를 그토록 빠른 시일 안에 녹화사업으로 푸르게 일으켰음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시종 작가는 2006년부터 "오랫동안 고민하고 분석하면서 묵혀뒀던 글감"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해 매년 장편소설과 창작집을 한 권씩 출간했다. 다작이면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백 작가는 "소설은 노동이다. 매일 3~4시간씩 글을 쓴다"면서 꾸준히 집필할 수 있는 건강 비결로 "12년째 매일 20분씩 하는 700계단 오르기"를 꼽았다.   
 올 11월에는 `삼봉이 순자 연대기`라는 제목의 소설을 펴낼 예정이다. 우리의 수출 주력이던 의류산업의 본거지 구로공단 초기에서 시작해 방글라데시 노동자 이야기까지 우리의 근대 산업사를 다룬 이야기라고 한다.  
 백시종 작가의 강연은 `2022 보물섬 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이라는 주제로 남해도서관이 기획한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열렸다. 11월 5일에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가`를 주제로 남해출신 김봉군 교수의 강연이 남해도서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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