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열차는 왕복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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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열차는 왕복권이 없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0.04 15:00
  • 호수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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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현숙 칼럼니스트
이  현  숙
칼럼니스트

 삶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의외성`이다. 삶은 예기치 못한 일들로 가득한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란 세상에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 누구도 몸소 겪기 전까지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를 반증하듯 주위의 촉망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다가도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벼랑 끝에 내몰린 듯싶더니 어느새 기사회생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심지어 느닷없이 발생한 사건과 사고로 하나뿐인 귀한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진다. 물론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삶의 테두리 안에서 시시각각 온갖 복잡미묘한 상황들이 펼쳐지다 보니, 이를 묘사하는 언어적 표현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중 `머피의 법칙`은 불운한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샐리의 법칙`은 생각지 못한 행운이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여하튼 울고 웃는 게 인생인 것만은 틀림없다. 제목조차 잊은 지 오래된 미국 영화의 한 장면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남자는 일생에 세 번 즉 결혼할 때, 자녀가 태어났을 때, 열중하던 일을 끝마쳤을 때 달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는 것이다. 감정 표현이 대체로 서툰 한국 남성들은 이럴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특히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사내자식은 울면 안 된다`는 근거 없는 조기교육의 영향으로 눈물에도 부정적인 편이다. 그나마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등 살면서 최소한 세 번은 마음껏 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겪어 보면 알지만 인생살이는 절대 완벽할 수 없다. 사노라면 정녕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순간이 있기에, `만사형통하라`는 인사를 즐겨 나누는 사람들의 심리가 왠지 이해된다. 이 말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다. 상대방이 하는 일들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덕담이자 만사형통을 꿈꾸는 자신에게 거는 일종의 `셀프 최면`이다. 

 그러면 만사가 형통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일인가. 넓은 관점에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인생길이 평탄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웅숭깊은 지혜들을 깔딱 고개를 넘고 나서 비로소 터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락함이나 풍족함도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할 수 있다. 의미 없는 시련은 없다. 아니, 시련 없는 인생은 팥소 없는 찐빵이다. 물론 비슷한 시련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다르고, 시련의 상처가 아무는 데도 개인차가 있다. 그래도 쇠가 달아야 강해지듯 시련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간의 참된 가치가 시련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처럼 조개의 삶도 마찬가지다. 조개는 모래 같은 이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방어시스템을 스스로 작동시킨다. 즉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탄산칼슘을 분비하여 이물질을 감싸는 것이다. 이때 탄산칼슘 결정체를 이루는 작은 입자들이 진주의 단백질 성분인 `콘키올린`층을 형성한다. 층층이 쌓인 이것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한 알의 영롱한 진주로 탄생된다.
 그런데 만약 사람이 태어남과 동시에 일생의 운명이 결정된다면, 그리고 한번 정해진 운명은 후천적인 그 어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다면 어떨까. 아마도 미래를 향한 도전정신과 열정을 불사르기보다는 현상 유지에나 매달리며 현실에 안주하는 게 인지상정일 듯하다. 하지만 설령 앞서 언급한 가설이 명백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희망의 싹마저 싹둑 자른 채 체념과 포기와 좌절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백년 인생에 고락(苦樂)이 상반(相半)`이라 한다. 삶에서 괴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인생 열차는 절대로 왕복 티켓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다운 시절까지는 감히 바라지 못하고 괴롭고 힘든 시간이나마 좀 길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고도 한 번뿐이다. 이런 사실만 제대로 깨달아도 각자의 인생 수업은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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