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둥근납작호박·기장 … 현장에서 찾은 남해토종씨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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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둥근납작호박·기장 … 현장에서 찾은 남해토종씨앗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0.11 11:09
  • 호수 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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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공준환 어르신 기른 토종씨앗 9종 발굴

 남해 1호 씨갑시 어르신이 나왔다. 남면 운암마을에 사는 공준환(86) 어르신이다. `씨갑시`란 씨앗의 방언으로 씨앗을 모으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뜻하기도 한다. 
 남해군토종씨앗사업단(단장 김한숙) 회원들은 지난달 26일 남면 운암마을의 공준환 어르신 댁을 방문해 그곳에서 무려 9종의 토종씨앗을 발굴하고 어르신에게 씨앗을 기증받았다. 비닐봉지에 꼭꼭 싸둔 동부(남해 3번), 수수(빗대수수, 남해 6번), 검정깨(남해 7번), 땅콩(남해 8번), 올콩(남해 9번)에 마당 한쪽에 일렬로 놓아둔 둥근납작호박(남해 4번)과 맷돌호박, 미처 수확 못한 기장(남해 5번)까지. 첫 토종유전자원조사 현장에서 `씨갑시 어르신`을 만났으니 성과가 엄청나다. 사업단은 공준환 어르신에게 감사의 표시로 직접 만든 면 목수건을 드렸다. 운암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한 가옥 앞에서 수령이 150년은 되었음직한 장두감(남해 10번)도 발견했다. 

남해 1호 씨갑시 공준환(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어르신과 변현단(뒷줄 왼쪽 네 번째) 토종씨드림 대표,김한숙(뒷줄 왼쪽 다섯 번째)  단장 남해군토종씨앗사업단 회원들.
남해 1호 씨갑시 공준환(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어르신과 변현단(뒷줄 왼쪽 네 번째) 토종씨드림 대표,김한숙(뒷줄 왼쪽 다섯 번째) 단장 남해군토종씨앗사업단 회원들.

"농부가 대물림한 씨앗이 토종씨앗"
 남해군토종씨앗사업단 회원들은 유전자원조사에 앞서 남해읍 평현리 꽃뜰농장에서 조사교육을 진행했다. 전남 곡성에서 온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가 강사로 나서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진 찍고 취재하는 방법을 전수했다. 실무교육을 진행한 뒤 토종씨앗조사 전문가인 변현단 대표와 사업단 회원들은 직접 마을을 찾아가 표본조사를 진행했다. 
 변현단 대표는 토종씨앗을 일일이 먹어보며 검수했다. 토종씨앗은 오랫동안 우리 땅에서 토착화된 맛이 있다고 한다. 이날 변 대표는 김한숙 단장이 가진 한산도마늘(남해 1번)과 소마늘(남해 2번)도 먹어보고 공준환 어르신의 씨앗도 다 먹어보고 감별했다. 한산도마늘부터 장두감까지 이날 남해에서 찾은 토종씨앗만 10종이다. 이후 평현마을에서 토종조(남해 11번)도 한 종 확인됐다고 한다. 
 변현단 대표는 "토종씨앗에 대해 누구나 구별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를 협소하게 제한하는 것보다는 씨앗을 지속적으로 자가 채종하면서 우리 토양과 기후에 적응하고 농부가 계속 선택해온 씨앗을 찾아내는 것이 토종씨앗을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농부가 대물림하며 이어온 씨앗은 대개 가장 맛이 좋고 튼실한 것을 선택하므로 토종씨앗은 대부분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변 대표의 `먹어보기` 검수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남해 1호 씨갑시 공준환 어르신이 토종씨앗사업단 회원들에게 씨앗의 유래를 설명하고 씨앗을 기증하고 있다.
남해 1호 씨갑시 공준환 어르신이 토종씨앗사업단 회원들에게 씨앗의 유래를 설명하고 씨앗을 기증하고 있다.

토종씨앗 자가채종 농가 찾아 잰걸음
 남해군토종씨앗사업단은 남해여성농민회 산하 단체로 마을을 찾아다니며 토종씨앗을 자가 채종하는 농가를 발굴한다. 올해 (사)남해군신활력플러스추진단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유전자원조사를 하게 됐다. 회원은 25명이며 실제 활동하는 회원은 15명가량이라고 한다. 
 처음 회의 때는 남면 무지개마을을 선정했다. 이장과 통화하고 마을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물었지만 토종농사 짓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수소문 끝에 운암마을에서 오랫동안 토종기장 농사를 짓는 분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분이 남해 씨갑시 1호 공준환 어른이다. 
 사업단은 조를 짜서 6~7차례 더 유전자원조사를 나갈 계획이다. 삼동면 금송마을, 남면의 임포, 유구, 평산과 항촌마을 일대를 찾아갈 예정이다. 
 김한숙 단장은 "남해에서 아무도 관심 없어 사라지고 있는 토종씨앗을 지금이라도 우리가 찾아나선 일은 값진 일인 것 같다. 단지 씨앗만 배우는 게 아니라 지역의 농경문화와 어르신들의 삶과 지혜를 배울 수 있어서 회원들이 감동하고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는 "남해 로컬푸드 직매장과 언니네텃밭 등에 남해산 토종기장, 토종차조 등을 생산하고 판매해 브랜드화할 계획"도 밝혔다. 남해지역 특성상 일조량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해 맛도 보장할 수 있다고 한다.
 구점숙 남해여농 사무국장은 "더 많은 토종씨앗을 갖기 위해 사진을 찍어 도록을 만들고 이 유전자원으로 더 다양한 종자를 육종할 수 있다"며 "씨앗을 기업이 소유하는 현실과 사회적 통념에 맞서 토종씨앗 발굴로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고 씨앗에서 농민의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사업단은 오는 11월 19일 토종씨앗축제를 열어 1년간 토종농사 지은 산물로 씨앗 나눔, 농산물 나눔, 영화상영 등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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