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에게 건강과 행복 선물한 남해 귀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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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에게 건강과 행복 선물한 남해 귀촌 이야기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2.10.11 12:14
  • 호수 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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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캔들 윤미선 씨

이동면 신전마을에서 태어난 윤미선(41·신전마을) 씨는 김해에서 남편 박성범(44· 김해) 씨와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여섯 살배기 아들 가람이의 건강을 위해 남해에서 아들과 한달살기를 체험했다. 윤미선 씨는 한달살기 후 건강이 부쩍 좋아진 가람이를 데리고 김해로 돌아가자 다시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보고 남해로 이주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다양한 이유로 남해에 터를 잡은 사연이 있지만 아이의 건강 등을 이유로 한 경우 인터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윤미선 씨를 지난달 26일 앵강다숲 남파랑길여행지원센터 매점에서 만나봤다. 〈편집자주〉

아이 건강을 위해 남해행을 선택한 윤미선 씨를 남파랑길여행지원센터에서 만났다.
아이 건강을 위해 남해행을 선택한 윤미선 씨를 남파랑길여행지원센터에서 만났다.

유아를 가진 귀촌 가정의 어려움 중에는 `인근에 병원이 없다`란 불만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아이 건강 때문에 귀촌했다니, 어떤 사연인가요? = 가람이의 눈에 문제가 있다는 걸 네 살 때 알았어요. 얼굴을 자주 찡그리는 이유를 몰랐는데, 잘 안 보여서 그랬던 거죠. 난시가 악화되며 시력이 점점 떨어졌어요. 실명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을 전전했고 온갖 검사에, 안경도 소용이 없고 하루 여덟 시간씩 집에서 `가림치료`를 하는 동안은 아이가 계속 눈을 뜨고 있어야 해요. 아이는 너무 힘든데, 호전은 없고…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환경을 바꿔 주기 위해 남해 한달살기를 했어요. 남편도 `한달살기`니까, 편한 마음으로 보내줬죠.(웃음) 그런데 한달살기 후에 매달 받는 정기검진에서 시력이 호전된 거예요. 한 달이 끝나고 김해로 돌아와 똑같이 한 달 후에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시력이 다시 떨어졌어요. 아, 당장 남해로 가야겠다 싶었죠. 남해는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부모님과 언니가 계속 살고 있어서 다른 귀촌인들처럼 낯선 곳도 아니라 좋았어요.

윤미선 씨와 아들 박가람 군.
윤미선 씨와 아들 박가람 군.

아이를 위해 못할 것이 없는 게 부모죠. 하지만 갑자기 시작된 주말부부 생활이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나 쉽진 않았을 텐데요 = 남편의 반대가 많이 심했어요. 한달살기는 동의해줬지만 가족이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게, 남편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남편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분들이 말렸죠. 그래도 몇 달간 계속해서 설득했고 결국엔 저와 가람이만 이사를 왔어요. 언니가 읍에 거처를 찾아줬고 저는 남파랑길여행지원센터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밀랍양초 공방을 시작했어요. 공방은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이고 매점엔 손님이 별로 없어서, 가람이와 둘이 온전히 많은 시간을 보내요. 둘이 모래놀이를 하며 한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그냥 바다를 같이 보거나, 산책 나가서 노을을 쳐다보면 가람이도 저도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기왕에 아이를 위해 왔으니 제 개인적인 활동보다 아이에게 집중할 생각이에요. 여기 와선 두 달에 한번 정기검진을 위해 나가는데, 가람이 시력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다른 곳으로 나갈 때마다 어서 남해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에요.

남해로 들어와서 힘든 점이 있다면 = 남해에서 보내는 하루 하루, 가람이와 보내는 모든 시간이 즐겁고 재밌어요. 굳이 힘든 점이라면 아무래도 병원이 멀다는 것인데, 그것도 어차피 차가 있으니 큰 불편은 아니에요. 
 야심차게 시작한 밀랍양초 공방의 갈 길이 많이 멀다는 정도가 힘든 점이랄 수 있겠네요. 국내에선 아직 밀랍양초에 대한 큰 호응이 없지만, 외국에선 친환경적이고 호흡기와 피부 등의 질환에 효과가 있어서 인기가 많아요. 아버지께 소개받은 남해 분을 통해 공급받는 불순물 없는 좋은 재료로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공방을 더 알리고, 때가 되면 만든 제품을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힐링을 위해 앵강다숲에 펼쳐진 방풍림을 찾은 손님들께 좋은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온통 남해와 가람이, 밀랍 이야기뿐이네요. 남편 생각은 안 나시나요 = (웃음)현재 IT 업종에 일하는 남편도 실은 예전부터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 직종에서 20년 넘게 일을 해온 터라 직장과 경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큰 장애물이 있지만 남편도 귀촌에 관심이 많아요. 아직은 매주 먼 길을 돌아 만나지만, 온 가족이 건강하게 남해에서 같이 사는 날이 언젠가 올 수도 있다고 믿어요.

윤미선 씨 가족처럼 귀촌을 망설이는 분들께 한마디 = 저도 아직 잘 모르지만, 귀촌을 생각하신다면 원하는 곳에서 저처럼 한달살기를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안 되면 일주일, 이주일 살기를 해봐도 되겠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드러나기도 하고,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나선 너무 재지 말고 일단 저질러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장점을 챙겼으면 잃는 것도 있단 걸 받아들이면 편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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