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김형득
텃밭에 뿌린 무
싹 나고
알 여물어서
배고픈 애벌레 얼른 먹어
두툼한 겨울집 짓게 하고
바람구멍 숭숭한 차가운 밥상
뜨거운 국물로 채우게 하고
너른 김칫독에 안겨
눈물 짠물 곰삭히다가
겨울밤 부모님 생각날 때
같이 울어주고
마지막 남은 무 하나
허리춤 시퍼렇게 드러내고
겨우내 얼다가 녹다가
따신 봄날 꽃대 하나 올려
제 꽃잎 닮은 봄나비
죽기도 참 좋은 날이라고
그만 날개를 땅에다 누일 때
연보라 꽃잎 떨구어
소박한 수의로 삼으라 하게
부디, 무밭 살찌도록
일주일에 엿새는 하늘 맘껏 높이시고
하루는 비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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