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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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0.14 12:12
  • 호수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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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인생 첫 불꽃놀이를 보러 동생들의 손을 잡고 친구들과 걸어 올라간 용두산 공원에 모인 인파는 남포동과 국제시장에서 북적거림으로 단련된 우리에게도 충격을 안겨줄 만큼 많았다.
 어린 동생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도 발버둥 치며 한자리 차지한 우리 머리 위로 천둥 같은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내린 불꽃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장엄함을 주었고 쌀쌀한 날씨임에도 폭죽이 터질 때마다 따스함마저 느꼈던 기억이다.
 그러나 볼거리가 부족했던 당시에 안전대책 없이 모여든 많은 인파에 끼여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의지와 상관없이 공원을 내려왔는데 혹시 어린 동생이 넘어져 밟혀 다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두 번 다시는 불꽃놀이를 가지 않았다.
 40년 이상 불꽃놀이를 보러 가지 않았지만 10월에 열리는 국제라이온스 총재간친회의 개최지가 진주였기에 유등축제도 알릴 겸 개막식 날을 잡아 저녁 만찬 후 관람을 계획하였다. 진주성 앞에서 저녁을 먹고 부표를 건너 내빈석으로 향하는데 몰려든 관광객으로 인하여 궁여지책으로 의전팀이 총재단을 스카프로 굴비 꿰듯 잡게 하고는 걸어 이동해 마치 첫 불꽃놀이를 보러 갔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세 곳에서 10분 이상 쏘아 올린 불꽃은 어린 시절 처음 보았던 느낌 그대로 다가왔다.
 불꽃을 관람한 후 뒤풀이 장소에서 여운을 즐기며 이구동성 많은 돈을 들였겠지만 아깝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한 분이 "지금 정부나 지자체에서 실행하는 수많은 지출이 오늘 쏘아올린 축포만큼도 효율이 없다"며 단정 지어 말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지만 모두 말 없이 고개만 끄떡일 뿐 부정하는 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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