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디에고 마라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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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디에고 마라도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0.31 16:47
  • 호수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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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현숙 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이 현 숙
칼럼니스트

 월드컵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년간 이날만을 학수고대한 축구 팬들은 일찌감치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지금까지의 모든 대회가 하계에 개최된 것과 달리, 올림픽 최초로 동계 기간인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H조에 편성된 대한민국은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가나와의 2차전에 이어 3차전의 상대 팀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모국인 포르투갈이다. 과연 그가 모국 팀을 상대로 어떤 작전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축구는 명실상부 세계인이 가장 애호하는 스포츠다. 올림픽은 개최국 선정 종목을 제외한 정식 종목만 28개인 데 반해 월드컵은 단일 종목이다. 개최 기간도 각각 보름과 한 달이다. 월드컵의 인기를 가히 짐작케 한다. 동시에 극성팬도 많다.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들을 일컫는 `훌리건`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유일하게 축구 경기에 등장한다. 특히 영국의 광팬들이 유명하다. 축구는 날씨의 영향이 거의 없어 비나 눈이 온다고 시합이 중단되지 않는다. 만약 중동의 사막국가인 카타르 올림픽에서 수중전이나 설중전이 벌어진다면 색다른 묘미를 넘어 환상 그 자체일 테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프로 축구팀은 별개로 치고 유소년 축구클럽이나 사회인 축구동호회가 없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듯하다. 동네 꼬마들이 주택가 공터에서 공차기하는 모습 역시 어딜 가든 흔한 풍경이다. 이는 선수층의 저변이 두텁고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축구 발전을 위한 기초 토대는 갖춰진 셈이다. 

 국내외 축구 역사의 갈피갈피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그중 슈퍼스타는 개인적으로 `디에고 마라도나`라 생각한다. 축구의 신이라 불린 그는 축구 황제인 브라질의 펠레와 함께 세계 축구사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저돌적인 공격력과 현란한 볼 컨트롤 능력을 선보일 때는 스포츠를 넘어 예술적으로 느껴진다. 축구의 문외한도 단박에 팬으로 만드는 천부적인 볼 감각의 소유자 마라도나, 그의 삶 그리고 그가 사랑한 축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마라도나는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하고 2020년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였지만 삶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부침이 심하다.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코카인과 알코올에 중독되었고, 문란한 사생활과 잦은 욕설 파문 등으로 명예가 실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군의 실력으로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1976년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 입단하면서 프로선수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1981년 `보카 주니어스`로 이적했다. 이듬해인 1982년 FC 바로셀로나` 소속으로 유럽 리그에 데뷔했다. 1984년 `SSC 나폴리`로 이적한 뒤, 1987년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소속팀에게 리그 우승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연이어 1989년 UEFA컵, 1990년 세리에A 우승의 주역이 되면서 축구선수로서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2년 코카인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져 15개월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시합이 끝나기 무섭게 유흥가로 달려갔다가 수요일부터 다시 훈련을 받고 일요일 시합에 출전하는 식의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갔던 것이다. 
 그가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대회는 1979년 FIFA U-20 월드컵과 1982, 1986, 1990. 1994 월드컵이다. 이 가운데 U-20 월드컵과 1986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최우수 선수상도 함께 수상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는 영국과 포클랜드 전쟁 중이었다.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다 보니 결국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결승전에서 서독과 맞붙어 승부차기로 우승하고 대회 MVP로 선정되었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공이 그의 손에 닿았지만 심판이 이를 저지하지 않아 골로 인정된 일화가 있다. `신의 손`이라는 말은 이때 생겼다. 1990년 월드컵 준결승에서는 개최국인 이탈리아와의 격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 팬들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 대회 우승국은 독일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중도 하차했다. 2001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마라도나의 명예를 위해 등번호 10번을 영구 결번으로 처리해 줄 것을 FIFA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경기장에서 펄펄 날던 마라도나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래도 월드컵은 계속된다. 마라도나의 뒤를 이을 슈퍼스타의 탄생과 대한민국 팀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지구촌의 축제인 카타르 월드컵에 다함께 빠져 보자. 3, 2, 1. GO! (영화 룗디에고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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