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_김형득
뜰이 비어 가네요
꽃이 필 때도 좋지만
이맘때도 참 좋아요
봄볕 몰래 눈 맞추던 수선화
폭염처럼 뜨겁게 몸짓하던 능소화
목련 모란 붓꽃 분꽃
한 계절씩 맺은 사연을
땅속에 꼭꼭 묻어두고
지난날의 비밀을 떠들고 싶어
자꾸 잎을 팔랑거리는 자작나무를 달래고
마당을 쓸고 장갑을 벗고
이제 떠나는 과꽃 구절초
아쉬운 손님을 보내듯 손을 흔들고
꽃 있던 자리에 앉아
님 오시듯 다시 올 봄날을
가만히 기다리는 게 좋아요
*소재 제공: 다빈미술학원 이진만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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