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온도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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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온도 다른 느낌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1.14 11:00
  • 호수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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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여름은 더욱 뜨겁고 길어지고 있으며 뚜렷하던 사계절은 점차 옅어져 여름과 겨울만 있는 듯 느껴지는 요즘이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면 밤과 낮 기온 차이가 크게 벌어져 옷 입기가 모호하지만, 삶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건 예전에 비해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나무를 해야만 밥을 지어 먹을 수 있고 겨울을 따스하게 날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리 오래전도 아니건만 기억의 끝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가까운 산에서는 더 이상의 갈퀴와 나무가 없어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야만 해질녘에 지게 가득 나무를 해 돌아오시던 아버지들의 발걸음과 아랫목을 차지하려 다투던 몸놀림이 없어진 요즘이지만 간혹 무언가 모자란 느낌이 드는 건 옆에 머문 이들의 온기를 더는 느끼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불을 지피는 노력과 연기를 마시는 고통 없이 버튼 하나로 음식을 조리해도 함께할 가족의 수는 줄었고 아무리 맛난 것들도 먹는 것보다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이 많아졌다. 추위를 피하려 가족들이 아랫목에 발을 모으고 이불 하나를 더 덮으려 당기며 투덕거릴 때 아궁이의 열은 몸을 녹였지만 밀착된 가족과 친구의 몸은 마음을 녹였다. 
 삶이 편리해져 더위와 추위를 쉽게 벗어날 수 있고 집에서 배달 앱 하나로 무엇이든 시켜 먹을 수 있지만, 그 시절 나눠 먹었던 군고구마 맛을 지금도 추억하는 건 맛보다는 함께한 이들을 그리는 마음일 것이다. 
 타국의 전쟁으로 세계의 경제가 타격을 받고 치솟는 물가에 금리마저 올라 올겨울 유난히 체감온도가 떨어질 것 같다. 모닥불에 손을 모으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격려하는 온기가 더욱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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